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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Mar 19. 2020

출입 제한, 말레이시아 국경 폐쇄

싱가포르 이야기

싱가포르는 그동안 어떻게 그렇게 기가 막히게도 매일 확진자 수가 10-15명 사이 남짓이었다. 하지만 어제 (3월 18일)는 47명이라고 발표하면서 해외, 모든 나라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은 14일 자가 격리를 실시한다고 발표해 버렸다. 이번 주 초에,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모든 ASEAN 국가에서 돌아오는 사람들에 대해 자가격리 14일을 발표하고 (말레이시아에서 차나 오토바이로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 제외), 말레이시아에서 그에 대한 반발로 국경 폐쇄를 선언해 버린 후 이번 주 내에게만 벌써 몇 번째 추가 조치를 발표했는지 모른다.

싱가포르는 인구가 적은 관계로 특히 저임금 노동력은 말레이시아 조호바루에 살고 있는 말레이시아인에게 심각하게 의존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물자 공급, 심지어는 물까지 말레이시아와 교류가 중단되면 당장 타격을 심하게 입게 된다. 말레이시아 총리가 항공편 외의 모든 교통 수단까지 포함하여 국경 폐쇄를 선언한 후, 싱가포르 리센룽 총리는 급히 페이스북을 통해서 말레이시아 총리가 물자 공급은 멈추지 않겠다고 약속했다며 글을 올렸지만, 2차 사재기는 이미 시작되었고, 싱가포르인들의 외국인 혐오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마치 외국인들이 바이러스를 가지고 들어왔다는 식의 신문 기사 ('47명 확진자 중 30명 이상은 수입되었다'는 식의 부연을 꼭 붙인다.)가 판을 치고 있다. 심지어는 학교에서 외국인 교사가 기침을 좀 했다는 이유로, 최근 3달간 해외 여행하지 않았고, 자가 격리나 기타 이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항의 메일을 학교 측에 보내고, 학부모들까지 나서서 수업 못 보내겠다고 하는 등, 엄청난 외국인 포비아를 날마다 느낄 수 있다.


다시 자급자족 사회로?

슈퍼마켓에는 쌀, 라면, 물 등은 모두 팔렸고, 말레이시아 국경 폐쇄의 영향인지 채소랑 계란까지 모두 동났다. 이 즈음에, 주가 떨어졌다고 걱정하는 뉴스를 보면 참 아이러니하다. 결국 우리가 당연하게 유지해 왔던 분업의 시대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고, 이 극단에는 자급자족이 대안이 될 수 밖에 없는가라는 생각을 해 본다. 물론 개인의 자급자족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렇게 국가간 교류가 차단되면서 자주 농업, 자주 축산업 등의 1차 산업들이 얼마나 큰 국가 경쟁력인지 새삼 생각해 본다. 우리가 쌀 시장 개방, 소고기 시장 개방 등 오래오래 싸워왔고 위기를 느꼈던 개방 압력의 순간들이 있었다. 게다가 의료시장 개방, 병원 민영화 압박까지... 만약 그 때 우리가 (아니, 누군가가) 그 압력에 거세게 반대하지 않고 그대로 문을 열어, 우리 나라의 자급자족 능력이 떨어졌더라면... 병원들이 모두 민영화가 되고, 의료보험이 모두 사기업에 의존하는 상황이 되었더라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그 때 아무 생각 없이, 또는 눈 앞의 이익을 위해 개방을 힘차게 외쳤던 어떤 세력, 인간들은 부끄럽지 않을까... 아니, 지금 이 상황에서도 자신을 되돌아 볼 줄 모르는 수준의 인간들이니 그런 주장들을 했겠지.


인간이 아무리 문명이 발달했다고 떵떵거리고 잘난척해도 치사율이 아주 높지 않은 이런 바이러스에도 벌벌 떠는 게 인간이다. 우리이다. 그럼 나에게 중요한 건 뭘까? 먹고 사는 거?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일이 생겼다는 것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 아닐까?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또 어떤 오류를 저지를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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