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 and May 02. 2020

스페인어 수업

외국어 교과서의 단어는 다 왜 이렇지?

Cover photo source: https://theculturetrip.com/europe/spain/articles/7-spanish-designer-brands-you-should-know/


Duolingo 앱으로 시작한 스페인어를 생각보다 (COVID-19 덕분에???) 꾸준히 배우고 있다. Duolingo에서 제공하는 한국어 수업을 봤을 땐 스페인어도 제대로 된 문장을 가르치는 건가 약간 의심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아직은 엄청 간단한 문장, 단어이니 크게 틀리기도 어려울 듯 하다.



내가 배우고 있는 단어와 문장들은 주로 이렇다.

안녕하세요? 미안합니다. 고맙습니다. 등의 인사말이나, 아버지, 어머니, 동생, 언니, 여자, 남자, 아이 등의 사람을 가리키는 말, 그리고 필요하다, 먹다, 마시다, 예쁘다, 크다, 똑똑하다, 이다 등의 간단한 동사이다. 몇 안 되는 단어이지만, 나름 하고 싶은 말을 꽤 할 수도 있다. 애들에게 '너는 아주 예쁘다 (Tu eres bonito!), 너의 엄마는 똑똑하다(ㅎㅎㅎ)' 등의 말을 스페인어로 마구 하면 애들은 뜻을 모르니까 'Si, si' 만 반복한다. 남편에게는 '나는 큰 맥주가 필요해 (Yo necesito cerveza grande!)' 등의 말을 하면서 혼자 킥킥대며 재미있어한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나의 성인으로써의 지적 능력과 스페인어 구사 능력에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성인 외국어 학습자들이 겪는 문제인데, 특히 초급 학습자들은 자신의 생각, 하고 싶은 말을 대상 언어로 할 수 없다 보니 너무나 답답하고 너무 낮은 대화 수준에 금새 질린다는 것이다.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교재에도 그렇지만, 세계 공통으로 외국어 교과서에는 왜 이리 '사과, 포도, 집, 학생, 책, 연필, 가방...' 이런 단어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성인이니까, 좀 더 어른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소개하면 더 좋을텐데... 

따라서 학생들이 자주 하는 질문들을 잘 관찰해 보면, 자기의 지적 능력과 언어 능력 사이의 간극에 너무 괴로워하거나 아직 부족한 언어 능력을 지적 능력에 맞추려다 보니 힘들어하는 부분이 보인다. 단어는 사실 사전을 찾으면 되니까 작은 문제지만 문장의 구조는 더 큰 문제이다. 초급에서는 단문으로밖에 말할 수가 없는데, 성인 학습자들은 예를 들면 영어의 관계절, 한국어로 치면 관형절을 말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해 몸부림친다. 


또한 단어나 문법만으로는 해결이 안되는 사회맥락적 의미, 화용적 의미의 이해는 더 큰 난관이다. 예를 들어서 스페인어는 동사 활용이 풍부한 언어라서 나, 너, 그 사람 같은 주어는 많이 생략하고 말하는데, 또 상황에 따라서 생략해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다. 음... 한국어도 비슷한 문제가 있는데 외국인들이 가끔 어려워하는 어순 문제이다. 예를 들어서 '언니가 빵을 먹었어'랑 '빵을 언니가 먹었어'는 모두 기본 구조가 같은 문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순서가 달라지는 것이 무작위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분명한 이유가 있다. 게다가 여기에다가 '빵을 언니가 먹었어'랑 '빵을, 언니가 먹었어' 이렇게 '빵을' 다음에 약간 쉰다면 또 다른 의미를 전달할 것이다. 이걸 외국어를 배우는 친구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일일히 말로 설명할 수 없으니 다양한 상황을 겪으며 체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ㅠㅠ. 이러니 어학 연수를 떠나거나, 원어민 교사에게 배우려는 사람들이 충분이 이해가 될 수밖에...


아, 아... 그런데 나의 스페인어 수업이 앞으로 오래오래 가야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생각하고 보니, 얼른 이 상황이 끝나서 스페인으로 한 달 살기 꼭 가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예상치 못한 한국어 유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