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먼저 써 놓고 보니, 마치 무슨 대단한 금지, 터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만 같다.
하지만, 미리 고백한다. 이것은 이번 싱가포르의 COVID-19 관련 8주간에 걸친 전국민 자숙 기간보다 쌓인 불만에 대한 이야기이다.
난 항상 내향적인 성격으로 사람들간의 교류에 큰 의미를 두는 성격이 아니다. 심지어는 수업 없는 방학 기간 동안에는 학교 사무실에 출근해도 내 방에만 처박혀 있으니 일주일 내내 말 한 마디도 안 하는 때도 많다. 이렇게 혼자 있는 것이 일상이었던 나도, 이번 8주 간을 지내면서 '내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금지되었기 때문에' 하고 싶어 몸살했던 일들이 생겨났다.
대학기간을 포함하여 고등학교 졸업 후 큰 행사 (예: 결혼식, 행사 사회...)를 제외하고는 화장을 해 본 적도 없는 내가 갑자기 왜 이렇게 립스틱이 사고 싶은지... 게다가 샛빨간 색이나 핫핑크 같은 색이 너무너무 끌리는 거다. 온라인으로 Sephora에서 파는 모든 립스틱을 다 구경한 것 같다. 결국 사지도 못 했지만 '아, 이 기간만 끝나면 무슨 립스틱 사서 바를까?'라는 (전혀 쓸데없는, 시간 낭비식) 고민에 몇 시간을 투자했다.
또 싱가포르에 오는 젊은 한국 여자들은 누구나 가 본다는 TWG tea 의 애프터눈 티를 난 20대부터 여기 와서 살면서 단 한 번도 먹으러 가보지 않았다. 일단 그렇게 비싼 돈을 들여가며 줄을 서서 먹어야 한다는 것도 내가 보기엔 넘 비효율적이었지만, 난 커피족이기 때문에 그럴 바엔 그냥 스타벅스 아침 메뉴를 먹는 게 나한테는 더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8주 동안 TWG tea의 홈페이지를 10번은 넘게 들어가서 메뉴를 (농담하지 않고) 공부했다. 어떤 메뉴를 어떤 음료와 매치해서 먹을까, 단 것과 식사를 어떻게 주문해야 배도 많이 부르지 않고 내가 좋아하는 식재료가 들어간 음식을 다 먹어볼 수 있을까... 아이들과 '우리 자숙 기간 끝나면 마리나 베이 지점에 있는 TWG 가서 애프터눈 티 세트 먹자!!'라고 주먹 쥐고 다짐했다. 사실 내가 시간을 들여 거기에 갈 지는 모르겠지만 그 동안 난, 진심이었다.
이런 욕구들이 진정한 나의 욕구일까?
학자적으로 말하자면, 지금 내 뇌는 나를 속이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 그냥 금지되었기 때문에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고, 나의 욕망이라고 착각하는 욕망.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는 그런 현상이다. 단발머리 규율이 있었던 나의 학창 시절에는 귀밑 3cm 규정을 어기고 4cm으로 기르기만 해도 얼마나 짜릿했던지... 지금은 많이 마시면 다음 날 피곤하기만 하고 찌뿌둥해지는 게 싫어서 많이 마시지 않는 술도, 고등학교 때에는 왜 이리 맛 보고 싶던지...
어제부터는 갑자기 수영이 너무 하고 싶은 거다. 평소에는 사실 게을러서 자꾸 미루어왔던 수영 연습에 마치 자숙 기간만 끝나면 매일 갈 것 같은 그런 기분이 막 솟아오른다. 자, 어디 보자. 바로 집 앞에 있는 수영장을 곧 다시 열면, 난 정말 수영을 날마다 가서 한 시간씩 연습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