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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Jun 11. 2020

2. 멀티링구얼 아이들의 언어 교육

한국어+영어+중국어 in 싱가포르

나의 두 아이는 모두 Multilingual, 정확하게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Trilingual이다. 세 가지 언어를 구사하는 상황을 좀 더 정확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배경을 이야기해 보자.


1. 우리 가족의 인종/언어 다이내믹: 모두 순수 한국인, 국적도 한국

2. 구사 가능 언어

엄마 (나):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아빠: 한국어, 영어

아들: 한국어, 영어, 중국어

딸: 한국어, 영어, 중국어

3. 생활 범위

엄마 (나): 학교(직장), 집

아빠: 회사(직장), 집

아이들: 학교 (국제 학교 재학 중, 토요일에는 한국 학교), 집

4. 한국 방문 횟수: 2년에 한 번쯤 (주로 여행, 가족과 시간 보내기 등)


아이 둘 모두 싱가포르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살아 본 적이 없고, 아이들 평생 (?) 싱가포르에 살았기 때문에 아이들의 첫 번째 커뮤니티인 가족과는 한국어로, 동네 친구들과 대화하거나 학교에서는 영어로, 중국어는 중국계 친구들이나 시장이나 식당 아주머니들이랑 대화할 때 사용한다.



Family Language Policy


우리 집에는 Family Language Policy가 있다. Family Language Policy란 학문적 용어로, 특히 유럽처럼 가족 안에서도 사용하는 언어가 다양하고, 현재 속한 커뮤티니의 언어가 다를 때 가족 내에서 나름의 언어 선택 규칙을 정하는데, 대화의 상대, 처한 상황, 대화의 주제, 장소 등에 따라 언어를 선택하게 된다. 아무튼 우리 가족 간에는 무조건 한국어를 사용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 상황은 조금 바뀌었다. 학교에서 영어로 수업을 받기 때문에 아이들이 새롭게 익힌 지식은 모두 영어로 저장되어 있다. 예를 들어 지구과학 시간에 지진, 화산 폭발 등에 대해서 모두 영어로 배우기 때문에 집에 와서 나랑 이야기를 할 때에도 한국어로 대화를 하려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일단 아이들이 배운 내용을 나도 한국어로 바꾸어 주는데에도 한계가 있고, 또 자연스럽게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수정한 Policy는 '학교에서 배웠거나 영어책으로 읽은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에는 영어로 대화할 수 있음, 다만 대화 전체가 한국어+영어보다는 영어로 되어야 함'이다.


토요 한국 학교

싱가포르에는 다행히도 한국 국제학교가 있고, 토요일에는 토요 한글 학교를 운영한다. *사실 '한글 학교'는 완전히 우스운 이름이다. Alphabet school이라는 뜻인데, '한국어'와 '한글'의 차이를 모르는 한국 공립 학교? 그럼 이 학교에서는 글을 기록하기 위한 도구인 '한글'만 가르치고 언어 자체인 '한국어'는 안 가르친다는 말인지..*

아무튼 우리 아이들도 7살부터 토요 학교를 다녔고, 여기에서 한글도 배우고, 한국어로 국어와 수학을 배우고 있다.


책 읽기

우리 아이들은 한국어와 영어로 된 책을 모두 즐겨 읽는다.

집, 내 사무실, 버스, 서점... 어디서든 책을 읽는다.


한국어 책: 학교 입학 전까지는 주로 한국어로 된 책을 읽어 주었는데, 정말 책 배송비 솔찬히 들었다. 거의 한국에 사는 아이들과 비슷하게 어휘 교육을 시키기 위해서 나이에 맞는 책을 계속 읽어 주었고, 스스로 한국어로 된 책을 선택하여 읽는 경우도 많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먼 나라 이웃 나라', '용 선생 한국사' 등의 만화책 세트를 사 줬는데 '먼 나라 이웃 나라'는 조금 어려워했고, '용 선생 한국사'는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삼성 만화 명작 시리즈 (15소년 표류기, 빨간 머리 앤, 80일간의 세계 일주, 로빈스 크루소 등)도 계속 반복해서 읽는 책 중 하나이다.

영어 책: 영어로 된 책은 좋아하는 작가의 책 위주로 읽고, 가끔은 영화 원작 책 중 나이에 맞는 게 있으면 읽기도 한다. 해리 포터도 2학년 때부터 오디오북으로 시작해서 종이책으로도 10번도 넘게 반복해서 읽은 책이다. 그리고 주로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다.

중국어 책: 안 읽음 (중국어 유튜브 만화만 가끔 본다)


지금도 날마다 함께 책 읽는 시간이 있다 (주로 한국어 책). 내가 읽어 주고 아이들은 듣는데, 존경하는 토요 학교의 '김현명' 선생님(지금은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재직 중이심)께서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의 장점을 알려 주셔서 최대한 오래, 아이들이 크더라도 같이 책 읽는 시간을 계속하려고 한다. 주로 유머가 있거나, 어드벤처가 있는 책을 고르는데 같이 내용을 상상하고, 웃으면서 시간 보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정글북'을 같이 읽었는데 모글리에 감정 이입한 둘째 아이는 책 읽는 시간마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들었었다.


글씨 가르치기

부끄럽게도, 언어학자인 나는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포함하여 모든 언어의 글을 가르치지 못했다. 일단 학자적인 견해로, 자모 교육은 아이가 심리적으로 준비가 되었을 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4살부터 한글을 가르치면 2년 정도 걸려서 뗄 것을, 6살 때 가르치면 한 달만에 뗀다 (아이들마다 발달 속도는 다를 수 있음). 결국 한글 떼는 시기는 비슷한 것이다. 따라서 일찍 시작해서 한글 빨리 떼는 것의 장점은 혼자 책을 읽기 시작하는 시기가 좀 이르다는 것 하나 정도... 하지만 어차피 어휘 실력이 따라주지 못 하기 때문에 '한글 해독'이 된다고 해서 진짜 '읽기 실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토요 학교에서 한글을 배웠다.

영어  초등학교 1학년  학교에서 배웠다. 여기에서도 유치원  알파벳을 가르치기는 하지만 단어 읽기는 되지 않았다. 그냥 A부터 Z까지 알파벳을 알아보는 정도. 유치원 선생님이 우리  애가 자기 반에서 이름  쓰는 유일한 아이라고 해서  이름만 겨우 쓰고 초등학교에 갔다. 둘째도 여기서 나고 자랐음에도 초등학교 들어갈  입학 시험에서 ESL 들으라고 결과가 나와서 선생님이 한국에서 왔냐고 물었을 정도이다. 결국 1학년 동안은 ESL 들었는데 나는 오히려 초등학교의 전문적인 영어 선생님에게 소규모로 영어를 배울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배우는 속도도 매우 빨라서  학기만에 ESL 졸업했다.

중국어는 학교 중국어 시간에 배우는 정도만 읽을 수 있는데, 오히려 애들 때문에 내가 손 놓았던 중국어 한자 공부를 다시 시작해서 예상치 못한 부수적 효과가 있었다고나 할까?



결론

우리 아이들이 3개의 언어를 모두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두 개 꼽으라면, 아이들과 함께 책을 많이 읽고, 자모 교육은 아이들이 준비되었을 때 시작했다는 것이다. 언어를 의사소통이나 정보 습득의 수단으로 사용해야지 언어 자체를 목적으로 가르치면 어린 아이들에게는 너무 부담스러운 지식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특히 글씨는 늦게 시작해도 괜찮다. 불안을 조장하는 교육 '산업'계의 농간에 속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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