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 and Jun 17. 2020

그녀는 어떻게 포기하지 않는가?

기본적으로 하나를 선택하면 10년 이상은 꾸준히 한다. 웬만하면 바꾸지, 또는 바뀌지 않는다.

대학생 때부터 입었던 청바지, 25년 이상 유지한 취미 생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대학원 전공까지 연결된 나의 현재 직업, 한 번 사면 찢어질 때까지 메는 책가방 (날마다 메는 책가방), 날마다 같은 하루 일과...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한결같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재미없다고도 하고, 남편은 나에게 독하다고 한다.



몇 년 전에 학교에서 내가 원래 하는 수업 외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생 선배로써 하는 토크나 스피치를 할 기회가 있어서, 무슨 이야기를 해 주면 좋을까 고민을 할 때 있었던 일이다. 오래 가까이서 나를 봐 오신 한 직장 선배님께서 '네가 어떻게 그렇게 resilient, determined (꾸준하고 고난에서 잘 회복하는지)한 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건 어때?라고 말씀을 하시는 거다. '엥, 내가 꾸준하다고?' 사실, 그때까지는 나 자신에 대해서 그런 시각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는데, 하나하나 반추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직장 후배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모르셨어요? 박사님처럼 그렇게 뭐 하날 오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나를 시작하면 포기하지 않고 오래 해요?'라고 묻는 것이다.


음... 내가 진짜 독한가? 내가 의지가 강한 사람인가? 나 정말 대단한 사람인가 봐!!!

하지만 오랜 생각 끝에 내가 뭔가를 포기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독함도, 강한 의지도, 대단한 사람인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너무 쉽고 황당한 이유라서 나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내가 한 가지를 포기하지 않고 오래오래 즐기면서 꾸준히 해 왔던 이유는 바로,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아는 것' 이었던 것이다. 난 내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게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좋아하는 것만 해 왔기에 오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싫어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꾸역꾸역 10년, 20년 할 수 있을까? 사실 싫어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 이유도 없겠지만... 내가 원하고, 좋아하고, 즐기는 일이라면 꾸준히 하기에 사실 큰 의지도 필요없다. 내적 동기가 너무 충만하니까!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난 꾸준히 한 가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도해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재빠르게 뒤도 안 돌아보고 놓아버리는 대단한 능력도 있었다. 사실 직업군도 전혀 다른 분야로 한 번 옮겼고, 전공도 학부에서 대학원 갈 때 바꿨다. 악기도 여러 개 시도(만) 해 봤고, 옷도 샀다가 안 입고 동생 준 것도 많다. 따라서 난 좋아하는 것만 오래오래 해 왔던 것이다.


난 나의 아이들에게 항상 말한다, '좋아하는 걸 찾으면 게임 끝이야! 라고... 좋아하지도 않는 걸 고통스러움을 감내하면서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 먼저 내가 좋아해서 오래 즐길 수 있는 걸 찾자. 그게 직업일 수도, 취미일 수도 있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고통을 느낄 때가 있다. 박사 논문 쓸 때, 정말이지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연구 주제가 날 괴롭히다니 '너무 밉지만... 널 미워할 수 없어!'라면서 애증에 시달렸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가끔 나를 지옥에 빠뜨린다. 이건 다른 문제이다. 순간 고통을 느낀다고 해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내 말은 웬만한 어려움은 무색할만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꾸준히 했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내가 뭘 원하는 지를 알면 너무나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제가 꾸준히 운동할 수 있었던 이유도 공유했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