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하나를 선택하면 10년 이상은 꾸준히 한다. 웬만하면 바꾸지, 또는 바뀌지 않는다.
대학생 때부터 입었던 청바지, 25년 이상 유지한 취미 생활, 아르바이트로 시작해 대학원 전공까지 연결된 나의 현재 직업, 한 번 사면 찢어질 때까지 메는 책가방 (날마다 메는 책가방), 날마다 같은 하루 일과...
어떤 사람들은 나에게 한결같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재미없다고도 하고, 남편은 나에게 독하다고 한다.
몇 년 전에 학교에서 내가 원래 하는 수업 외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생 선배로써 하는 토크나 스피치를 할 기회가 있어서, 무슨 이야기를 해 주면 좋을까 고민을 할 때 있었던 일이다. 오래 가까이서 나를 봐 오신 한 직장 선배님께서 '네가 어떻게 그렇게 resilient, determined (꾸준하고 고난에서 잘 회복하는지)한 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건 어때?라고 말씀을 하시는 거다. '엥, 내가 꾸준하다고?' 사실, 그때까지는 나 자신에 대해서 그런 시각으로 바라본 적이 없었는데, 하나하나 반추해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직장 후배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모르셨어요? 박사님처럼 그렇게 뭐 하날 오래 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어떻게 그렇게 하나를 시작하면 포기하지 않고 오래 해요?'라고 묻는 것이다.
음... 내가 진짜 독한가? 내가 의지가 강한 사람인가? 나 정말 대단한 사람인가 봐!!!
하지만 오랜 생각 끝에 내가 뭔가를 포기하지 않고 오래 할 수 있는 원동력은, 독함도, 강한 의지도, 대단한 사람인 것도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너무 쉽고 황당한 이유라서 나도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내가 한 가지를 포기하지 않고 오래오래 즐기면서 꾸준히 해 왔던 이유는 바로, '내가 뭘 좋아하는 지 아는 것' 이었던 것이다. 난 내 자신이 좋아하고 원하는 게 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좋아하는 것만 해 왔기에 오래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싫어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꾸역꾸역 10년, 20년 할 수 있을까? 사실 싫어하고 고통스러운 일을 멈추지 않고 계속할 이유도 없겠지만... 내가 원하고, 좋아하고, 즐기는 일이라면 꾸준히 하기에 사실 큰 의지도 필요없다. 내적 동기가 너무 충만하니까! 사실 결과적으로 보면 난 꾸준히 한 가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시도해 보고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재빠르게 뒤도 안 돌아보고 놓아버리는 대단한 능력도 있었다. 사실 직업군도 전혀 다른 분야로 한 번 옮겼고, 전공도 학부에서 대학원 갈 때 바꿨다. 악기도 여러 개 시도(만) 해 봤고, 옷도 샀다가 안 입고 동생 준 것도 많다. 따라서 난 좋아하는 것만 오래오래 해 왔던 것이다.
난 나의 아이들에게 항상 말한다, '좋아하는 걸 찾으면 게임 끝이야! 라고... 좋아하지도 않는 걸 고통스러움을 감내하면서 열심히 할 필요는 없다. 먼저 내가 좋아해서 오래 즐길 수 있는 걸 찾자. 그게 직업일 수도, 취미일 수도 있다. 물론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고통을 느낄 때가 있다. 박사 논문 쓸 때, 정말이지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연구 주제가 날 괴롭히다니 '너무 밉지만... 널 미워할 수 없어!'라면서 애증에 시달렸다. 아이들을 너무 사랑하지만 가끔 나를 지옥에 빠뜨린다. 이건 다른 문제이다. 순간 고통을 느낀다고 해서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내 말은 웬만한 어려움은 무색할만큼 내가 원하는 것을 찾아서 꾸준히 했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내가 뭘 원하는 지를 알면 너무나 쉽게 답을 찾을 수 있는 것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