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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Jun 23. 2020

페디큐어

발가락에 공 들이는 나의 심리

싱가포르의 전 국민 자숙기간 동안 모든 네일 케어 샵이 닫은 지 거의 삼 개월 만에 지난주 금요일에 네일숍이 문을 열었다. 지난주에 발표가 나고 바로 다음 날 나도 단골로 가는 네일 케어 샵에 예약을 하려고 보니 글쎄 주말은 벌써 예약이 다 찼단다. 나만 페디큐어가 급한 게 아니었나 보다.


사실 난 발이 예쁘지도 않고, 화장, 염색 아무것도 안 하는, 페디큐어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게다가 뛰고 수영하느라 이 습한 나라에서도 항상 발뒤꿈치는 갈라져 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턴가 페디큐어만큼은 스트레스 해소의 수단으로써 챙기고 있다.


나의 갈라진 뒤꿈치와 대비되는 발가락

어제 드디어 예약해서 페디큐어를 받고 난 후,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에게 훤히 보이는 얼굴은 정작 꾸미는데 인색하면서 나만 보는 발톱을 칠하면서 자기만족을 느낀다니... 게다가 발톱을 단장하고 나니 달리기까지 잘 되는 느낌이 든다.


대놓고 티 나게 꾸미기는 싫지만, 나만 볼 수 있는 내 몸의 어딘가에 공을 들인다는 것에서 오는 은밀한 즐거움이랄까?

같은 이유로 몇 년 전부터 여행 갈 때마다 타투에 눈이 간다. 이러다가 타투도 하게 되지 않을까...


페디큐어를 하고 온 날, 혼자 발가락을 쳐다보며 만족감에 충만하여 글을 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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