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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Jul 19. 2020

1. 온라인으로 언어를 배울 수 있을까?

다음 학기에는 아무래도 학교의 전 과정과 생활이 온라인으로 진행될 것 같다. 사실, 싱가포르에 있는 모든 대학교가 모두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8월 학기는 새 학기이기 때문에 신입생들이 입학하는 시기이고, 또 보통 많은 행사들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학교의 가장 큰 행사 중 하나로 방학 내내 공을 들여 준비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 온라인으로 오리엔테이션도 진행될 예정이며, 이후 이어지는 각종 행사, 수업도 온라인으로 준비하고 있다. 나도 학생처에서 보직을 맡고 있는 터라 여름 방학 내내 많은 시간을 들여 학생들을 위한 행사 가이드라인, 신입생들을 위한 온라인 수업 적응을 위한 안내서 등을 준비하는데 참여하고 있다. 반면 교수들을 위해서도 온라인 코스 디자인, 운영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온라인으로 공부해 보지 않은 내가 학생들을 위한 가이드를 만들고 있다 보면 진짜 공부가 될까 하는 의심이 들기도 한다. 졸업 이후에 정규 학업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남편에게 물었다. 

'온라인으로 수업하면 어떨 것 같아?' 

'난 싫어. 대학교에선 공부하는 시간보다 친구들이랑 이야기하고 밥 먹고 당구 치고 술 먹는 게 더 의미 있는 건데, 온라인으로 어떻게 학교를 다녀.'

생각보다 반발이 심하다.


최근 몇 달간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을 해 온 아이들에게 물었다.

'계속 온라인으로? 안 돼. 그럼 친구도 못 만나고, 체육 시간도 없고, 쉬는 시간에 놀지도 못 하잖아. 매점 가서 뭐 사 먹고 싶어.'

역시 아이들도 싫어한다.


아... 그래서 질문은 바꿔 봤다. '만약에 학교에 갈 수 없어서 꼭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야 하면 어떻게 수업하는 게 좋겠어?'

남편은 '그냥 휴학하고 싶어.'

아이들 '그냥 마스크 쓰고 학교 갈거야.'



사실, 학교라는 곳은 세상의 변화에 누구보다 보수적으로 반응하는 곳이기 때문에 온라인이라는 환경이 아직도 낯설기만 하다. 특히 교육의 본질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면 온라인이라는 환경은 (현재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생각했을 때) 적합한 환경은 아니라는 것이 맞는 소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선택의 여지 없이 온라인으로 수업을 해야 할 판이니, 온라인으로 언어 수업을 할지 말지가 아니라, 어떻게 해야 잘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

온라인으로 언어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그 분야를 CALL (computer-assisted language learning)이라고 부르며 꽤 역사가 길다. 여전히 많은 한계가 발견되고 있지만, 공통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은 학생 태도의 중요성이다. Self-motivated, self-regulated, 즉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학습자의 태도가 온라인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것인데, 내가 선생으로써 고민해야 할 것은 뭘 가르치냐보다는 학생들을 어떻게 이끌어 줄 수 있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나는 게다가 대학생, 성인 학습자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서 참 많이 고민하고 있다. 결국은 믿음을 가지고 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온라인으로 언어를 가르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은 내 머리에서 지우고, 어떻게 가르치까?를 질문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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