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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Aug 27. 2020

수학 올림피아드와 가정 형편

코로나 바이러스도 싱가포르 학부모들의 교육열을 막을 수는 없다.

싱가포르는 아무래도 인문사회과학보다는 당장 기술 개발 등에 적용이 가능한 수학, 과학 교육에 관심이 많다. STEM (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and mathematics) 교육이라고 하는데, 이 분야에서 두곽을 나타내는 아이들은 일찍부터 영재 교육을 시키거나 국가에서 선발하여 따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을 수 있는 코스에 보낼 준비를 시키기도 한다.

그 반증은 싱가포르에서 치뤄지고 있는 다양한 수학, 과학 경시 대회/올림피아드의 수인데, 국내, 국제 수준의 시험이 항상 열리고 있다.


사실, 코로나 때문에 학교도 못 가고 5명 이상 모이는 것이 모두 금지된 상황에 이런 시험들이 계속 진행이 될까 의심을 했었지만, 그래도 시험들은 취소되는 일 없이 약간의 날짜가 변경된 경우만 있었을 뿐, 모두 그대로 치뤄졌다. 나의 5학년 아들이 이 시험 중 하나에 참가를 하게 되었는데 집에서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는 거라서 다양한 방식의 시험 감독이 이뤄졌다. 시험을 웹사이트에 접속하여 치루면서 휴대폰이나 태블릿으로 시험을 보는 학생을 감독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험을 운영 기관에서는 학생이 접속한 웹사이트를 실시간으로 보면서 (Zoom screen share 기능), 또다른 디바이스로 학생의 모습도 지켜보는 것이다. 모두들 처음 해 보는 거라서 그런지 꽤 자세히 장장 11장에 걸친 설명서에 그림과 더불어 소개해 줬다.


Singapore and Asian Schools Math Olympiad 2020 시험 instruction

시험인데다가 이런 상황에서 시험을 보니 상당히 긴장된 가운데 시험을 무사히 마쳤는데 갑자기 이런 깨달음이 왔다. 우리가 방금 시험을 보기 위해서 노트북 하나 + 태블릿을 사용했다는 걸... (휴대폰을 사용해도 된다고 했지만 한 시간 반을 내내 켜놔야 하니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서...)

좀 더 생각을 이어나가다 보니까, 결국 이런 시험에 참가하기 위해서 시험 신청비 ($40)와 더불어, 컴퓨터, 또 다른 태블릿 또는 휴대폰, 그리고 속도가 어느 정도 보장된 와이파이, 혼자 조용히 시험을 볼 수 있는 공간이 필수 요건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 정도는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도 여러 컨퍼런스에 참여하며, 온라인으로 강의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집에 개인 방이 없는 사람이 꽤 많다. 싱가포르의 주택 정책으로 모든 사람이 '집은' 가지고 있지만 그 집의 상황은 모두가 다.르.다. 집에 조부모를 모시고, 자녀 두세 명을 키우며 사는 부부가 방 3개짜리에서 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은 교육과는 또다른 주거 정책에 관련된 문제라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이야기하는 걸로). 따라서 혼자 방을 쓰지 못하는 학생들도 꽤 많고, 집에 와이파이가 없는 가정도 많다. 하물며, 컴퓨터가 없는 집 (아이가 어리고, 부모가 컴퓨터가 필요하지 않은 일에 종사하는 경우)도 많아서 한동안 온라인으로 초,중,고등학교 수업을 진행했을 때 한창 안 쓰는 컴퓨터 기부하기도 많이 했었다.


그럼, 다시 수학 올림피아드로 돌아와서, 수학 시험 하나 보자고 요구되는 비용은 얼마인가? 바꿔 말해 이 비용을 치를 수 없는 아이들은 시험을 볼 기회조차 누릴 수가 없다는 말??

수학 올림피아드가 싱가포르 학생들에게 가지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결론적으로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지 여부가 사회 계층 간 기회의 차이에 미치는 영향을 알 수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시험을 많이 보면 볼수록 동메달 (상위 40%) 라도 받을 기회가 많아지고, 이것은 상위 학교에 진학할 때 영향을 준다. 또한 우등반으로 들어갈 때 (그렇다, 여기는 교육 평준화가 아닌 성취도별 학습을 시스템적으로 적용한다)에도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는 하나의 지표로 사용할 수 있다. 더욱 근본적으로 이런 올림피아드를 준비하기 위해서 학원이나 과외를 받는데 이에 드는 비용과 부모의 노력 (학원차가 없기 때문에 애들 픽업 문제)과 시간적 여유가 필수적이다. 실제로 싱가포르처럼 맞벌이가 필요한 나라(여러가지 이유로)에서 아이들 교육에 쏟을 수 있는 금전적, 시간적 여유를 가진 부모를 만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이런 시험따위 잘 보는 게 다 무슨 의미랴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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