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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Sep 21. 2020

생각하기 위한 노력

교육의 방식과 내용과, 심지어는 '교육'의 개념조차 바뀌고 있다.

https://www.opennetworkedlearning.se/ 라는 코스에서 이번 학기 내내 전 세계의 academic developer (교육 개발자)들과 모여서 논의와 연구를 하고 있다. 대부분 참여자들이 유럽, 특히 북유럽 대학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고 아프리카, 캐나다, 싱가포르에서도 참여를 한다. 다른 부분에서는 세계의 중심처럼, 기준처럼 굴고 있는 미국에서는 단 한 명도 참여하지 않고, 교육열이 뜨겁기로 세계 1등인 아시아에서도 싱가포르가 유일하다.

Open network이라는 개념은 정말 다양한 형태의 브레인 스토밍을 하는 것을 목적으로 교육, 특히 대학 교육에 대한 기존의 연구들을 검토하고, 또 자기가 학생들을 관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의 방식과 내용을 함께 논의하면서 개념을 만들어나가는 장이다. 한국의 대학을 생각해 보면, 일단 한국의 대학에 Academic developer라는 직책이 있을까 싶다. 나는 이런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교육 개발자는 아니지만 사회 과학을 하는 사람으로, 학생들을 관찰하고 언어 습득을 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면서 이 논의에 기여를 하고 있다. 하지만 나처럼 이런 국제적인 논의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우리 학교는 교내에서도 모든 교수들은 자기가 가르치는 행위와 학생들에 대한 이해를 스스로 모니터링하고 발전시켜나갈 노력을 하도록 되어있다.


한국에서 두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있는 동생하고 이야기를 하다가 요즘 애들 학교는 잘 다니나 물었더니 초등학교 교사들이 온라인 교육을 하는 수준은 학원만 못하다는 불평부터 터져 나온다. 사실, 나도 가르치는 사람으로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우선 찔끔했다. 나도 모르게 얼굴도 모르는 한국의 초등학교 교사들을 위한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지원이 부족해서 그렇지'

'교사도 처음 하는 건데 시간을 좀 줘 봐'

'한국은 초등 교사 수업 시간이 너무 길더라... 언제 온라인 수업 준비까지 잘할 수 있겠어...'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이게 극성스러운 한국의 학부모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탓인지, 학교 차원에서 지원이 부족해서 인지, 아니면 정말 교사들의 역량이 부족한 것인지. 사실은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면서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외국어를 배우면서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뭘 배우든, 무슨 활동을 하든 이런 능력은 배울 수 있다. 왜냐하면 뭔가를 배우는 행위는 생각보다 복잡하기 때문에, 계획 짜기, 지식 조각을 이해하기, 조각들 짜 맞추기, 내가 기존에 가진 지식이나 시각에 비추어 의미를 부여하기, 알게 된 것을 세상에 대응해 보기 등의 세분화된 행동을 해야 한다. 좀 더 학문적인 용어로 말하자만, 인지 발달, 초인지 능력 발달, 자가 학습 능력 등등... 여러 가지 말로 이 능력을 설명할 수 있는데 이런 능력이 발달한 사람들은 나중에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새로운 기술을 그때 그때 습득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적이고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진다.


그렇다면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온라인으로 수업을 할 때 아이들에게 뭘 가르쳐야 하나? 이 기회에 스스로 공부를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면 어떨까 하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생각하기 위한 노력'을 힘들어하지 않도록 아이들에게 일찍부터 기회를 준다면 성인이 되어서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연구 결과에 따르면 개인별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의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생각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컨트롤하는 훈련 (self-force to think independently)에 의해 성인의 학습 능력에 차이가 생긴다고 한다. 즉, 인지 능력의 하나인 control ability를 발달시켜야 한다는 것인데, 이것을 위해서는 반드시 스스로 학습을 계획하는 경험을 해 봐야 한다.


전의 글에서도 여러 번 뇌가 얼마나 게으른지 이야기를 했지만, 뇌는 편하게 이미 알고 있는 지름길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조금만 익숙해도 새로운 '생각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생각하기 위한 노력'은 인지적으로 엄청난 에너지 소모이기 때문에 그렇다. 하지만 뇌를 생각하도록 훈련시키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생각, 생각, 생각을 할 기회를 충분히 줘야 한다. 아마 선생님은 그저 아이들이 생각한 것을 들어주는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으로 이미 중요한 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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