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벌써 작년!!), 코로나 사태를 지나면서 싱가포르의 각 부처 장관들은 각자의 고초를 겪으며 새로운 부처로 이동이 이루어졌다. 그간 교육부 장관을 맡았던 Ong Ye Kung은 교통부 장관으로, 국가 개발부의 전 장관이었던 Lawrence Wong이 새 장관으로 오게 되었다.
나에게 새 교육부 장관의 의미는 나의 연구에 관련된 연구비 지원이 어떻게 될 것인지, 학교 내 (국립대학이므로) 부처나 정책 관련 변동이 있을 것인지에 맞물려 있다. 따라서 얼마 전 새 장관이 우리 학교에 와서 했던 스피치를 귀 기울여 듣지 않을 수 없었다.
요지는,
1. 싱가포르의 중학교에 있었던 stream 제도, 즉 대학 준비과정을 택해서 3년 만에 과정을 마치는 트랙과 일반 4년짜리 트랙으로 나뉘어 있던 제도를 없애겠다는 것,
2. 교육에서 전문화 (specialisation)가 아닌 일반화 (generalisation, 예를 들면 엔지니어링 전공자이면서 인문학적 소양도 갖춘 인재, 자연과학을 공부하면서 비즈니스적 마인드도 갖춘 존재)를 추구하겠다는 것,
3. 그리고 고용주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학 교육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라이브 줌으로 혼자 이 스피치를 들으면서도 실시간 동료들과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다들 한숨뿐... 대체 대학 교육의 목표가 뭔지 사실 나도 잘 모르겠다. 일반적인 상식과, 일터에서 필요한 기술을 배워서 스스로 해내는 능력은 고등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이미 다 갖추고 있는데 굳이 대학에서 일반화?? 자세히 들어보면 결국 모든 걸 잘하는 팔방미인이 되라는 소리... 이 나이가 되어도 하나만 열심히 하기도 힘든데 20대 초반의 아이들에게 다 잘하라니... 게다가 그 목적은 고용시장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라니... 어느 정도 참담하고, 스스로 부끄럽고, 내 직업에 회의까지 느껴졌다.
한국에선 왜 대학에 가는가? 싱가포르에서는 부끄럼 없이, 좋은 직장에 취직하기 위해서, 더 높은 연봉을 받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사실 고객 (학생)이 그걸 원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그런 목적이라면 내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오래 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 초등학교 교육도 요즘은 얼마나 잘 되어 있는지, 초등학교 교육만 받아도 기본적인 소양은 모두 갖추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럼 대학에 와서 뭘 배워야 하지? 싱가포르처럼 엘리트 사회, 실용주의 사회에서는 사실 대학보다는 전문 교육을 하는 것이 더 맞다고 본다. 이런 나라에서 세계 대학 랭킹 몇 위를 중요시하는 것도 참 아이러니하지만, 실용주의자들이 대학 졸업장에 연연하는 것도 참 믿기 어려운 현상이다.
얼마 전 출간된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의 1장 제목은 'Winners and Losers'인데 여기에서 바로 자본주의 사회에서의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중학교에서 배우기로는 교육은 국민의 의무이자 권리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교육이 '공정한 권리'일까? 풀자면 한도 끝도 없이 이런 토론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대학에서 뭘 배워야 하는지, 누가 대학에서 공부를 해야 진정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지 답이 없기에 계속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