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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Mar 20. 2021

대학교 등록금 환불 요청을 바라보며...

싱가포르에서는...

나는 싱가포르에 있는 대학교에서 14년째 가르치고 있다. 지난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진 2020년 3월부터 지금까지 나는 학생들을 모니터의 안의 네모 칸 안에서 만나고 있다. 한국도 상황이 많이 다르지 않다고 들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들이 요구하는 대학교 등록금 환불 요청에 대한 신문 기사를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83967.html


이런 류의 기사들을 읽으며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앗, 내 학생들도 이렇게 생각하면 어쩌지?' 였다. 하지만 내가 알 수도 없고, 학생들에게 물어봐도 나에게 솔직히 말해줄 리가 없으니 일단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은 나중으로 미뤄둘 수밖에...


두 번째로 든 생각은, 여기에서는 그런 요구가 없는지, 없다면 왜 그런지였다. 

내가 알기로는 작년에 그런 의견들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크게 사회적인 이슈로 번지지 않았다. 그럼 수업의 질에 대한 불만은 없는가? 일단, 온라인 수업의 내용이나 퀄리티에 상관없이, 학생들이 교실 수업을 선호하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수업 자체뿐만 아니라 캠퍼스 라이프, 친구들과의 교제, 인간의 사회성 충족, 수업 외 활동 등에 대한 이유에서이다. 수업에 국한하여 말하자면 학생들의 반응은 다양하다. 지난 8월 학기,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가 진행했던 온라인 강의에 대한 태도 (How does online mode of learning would impact the learning outcome?)에 대한 조사를 보면 학기가 시작하기 전 조사 결과보다 학기가 끝난 후, 즉 온라인 수업을 들은 후 조사 결과가 더 긍정적으로 나타났다. 특히 항목 별로 봤을 때 학생들이 comprehension 능력이나 강의 집중도에 대해서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고 느꼈다고 한다. 물론 이것은 자기가 느낀 바 (self-perception) 조사이기 때문에 실제 학습 효과에 대해서는 물론 이야기할 수 없다.

하지만 여러 가지 온라인 강의로 인한 문제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황색 신문에 난 한 기사를 보면, 한 교수가 수업 두 시간 내내 오디오를 끈 (mute) 상태로 강의를 진행해서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자기 오디오를 끈 지도 모르고 혼자 내내 떠들었다는 뜻... 

https://mothership.sg/2021/02/nus-professor-muted/

학생들이 메시지 기능으로 알려 줬는데도 두 시간 내내 몰랐다는 건 전혀 상호작용 없는 강의를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렇게 라이브 수업을 하더라도 상호작용하지 않고 혼자 떠드는 수업이 있는가 하면, 미리 녹음한 강의를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가 원하는 시간에 듣는 방식 (asyncronous)을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어떤 상황에서도 온라인 강의를 들으려면 학생들의 자발적 학습이 절대 필요한 상황이다. 사실, 온라인이 아니더라도 진정한 학습 효과를 누리려면 주도적, 자발적 학습은 반드시 필요한데 대학교처럼 성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특히 학습자 스스로의 역할은 다른 결과를 부르는 큰 항목이다. 하지만 교실에서 수업을 하면 아무래도 교사에게 의지하기가 쉽고, 공간적으로 행동 제약이 있어서 외부 요인에 의해 자신의 학습이 많이 컨트롤되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 기대어 학습을 했던 학생들은 아마도 혼자서 학습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수업 운영으로 말하자면, 우리 학교에서는 100% 녹화 강의로 한 학기는 진행하는 경우는 없다. 보통 강의식 수업 + 소규모 토론 수업으로 과목이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강의식 수업은 녹화 강의를 한다고 해도 소규모 토론 수업 (tutorial)은 무조건 실시간 수업이 되어야 한다. 게다가 각종 pre-quiz (수업 전 퀴즈), post-quiz (수업 후 퀴즈), 온라인 강의 출석 확인, 발표 등등의 학생 활동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냥 수업에 수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다. 또한 고학년 수업의 경우 매주 제출하고 피드백을 받는 식의 활동도 있어서 오히려 학생들이 수업 관련하여 참여할 부분이 많아졌다는 것이 학생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종합하면, 학생들의 자발적 학습이 온라인 수업을 통해서 어쩔 수 없이 요구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고, 교수들 역시 여러 가지 시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교사와 학생 못지않게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참여자가 있다. 바로 대학이다. 학교에서는 작년 3월에 온라인 강의로 전환하면서 각종 온라인 매체 사용에 대한 라이선스를 구입하여 학교의 모든 구성원 (정규 교수, 시간 강사, 직원)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온라인 강의, 평가, 학생 지도, 연구실 수업, hands-on 수업 등에 대한 사례 공유가 무척 활발하며, 새로운 시도를 하는 교수들에게 연구비를 아낌없이 지원해 준다.


한국의 대학들은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교수들이 기술적, 내용적으로 온라인 강의에 준비가 안 되어 있다고 하는데, 교수들은 자기 계발에 얼마나 노력을 하고 있고, 더 의미있는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는지 궁금하다. 사실은, 내가 더 궁금한 건, 교실에서 대면 수업을 했을 때에도 교수들이 얼마나 좋은 수업을 제공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었는지... 그 교실수업들은 정말 좋은 수업이었었는지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마 학생들이 진정 원하는 건 등록금, 돈이 아니라 대학과 교수들이 보여주는 최소한의 노력과 성의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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