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2021 년 5-6월 2차 격상 단계
심상치 않다 싶더니... 결국은 5월 16일부터 6월 13일까지 4주간 다시 Phase 2 기간 (2단계)으로 선포해 버렸다. 5월 14일에 발표하고, 16일부터 시작, 모두 자택근무, 외식 금지, 3인 이상 집합 금지 등... 작년 lock down 기간에 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그나마 아이들이 학교를 간다고 하니 안심을 하고 있던 차, 5월 16일 밤에 갑자기 19일부터 학교도 모두 원격 수업을 해야 한다는 발표가 났다. 설마 설마 했지만 이렇게 갑자기?? 이번 학년도 온라인으로 마치겠네.ㅠㅠ
싱가포르가 대단한 건, 이렇게 이틀 전에 발표해 놓고, 모든 학교가 바로 시행하기를 바라는 것, 그리고 그런 행정 조치에 대해서 사람들이 군말없이 따른다는 것이다. 한국인인 나로써는 어떻게 저렇게 정부 조치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하나 없을까 신기할 정도이다. 물론 투덜거리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정치인들조차 공식적으로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피력하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한국 식당 거리가 크게 성행하던 탄종파가 거리의 한국인 식당 주인이 두 명이나 자살했다는 흉흉한 소식이 들려 오고, 배달이 거의 불가능한 고급 식당들은 하루 매출이 거의 없다시피하다고 한다. 요식업 외의 생필품이 아닌 아이템들은 타격이 더 크다. 매주 일요일마다 매출이 $3,300을 달성했던 비보시티 (Vivocity) 쇼핑몰의 한 악세서리 가게는, 2단계 격상이 시작된 16일 일요일에 매출이 $2였다고 한다. 비보시티는 가게 렌트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쇼핑몰인데 이런 상황은 가게들에게 황당할 따름일 것이다.
게다가 아예 법적으로 문을 닫게 한 것이 아니니 지원도 없는 상황에서 이런 가게들은 정말 살아남기가 힘들겠지... 이렇게 일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사람들을 보면, 그저 여행 못 다닌다고 투덜거리는 내가 한심하기는 하다.
사실 나는 이런 상황을 겪으면서 원격 수업도 뭐가 그리 중요할까 싶은 생각이 든다. 이런 세상에서 잘 살기 위해서는 결국 전문적인 지식을 갖추어서 바이러스를 격파하는 데에 기여하거나, 또는 주어진 상황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터득하거나 해야 할 것 같은데. 모든 사람이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주어진 상황에서 안전하고 행복하게 사는 '소확행'을 꿈꾸는 것이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우리 가족도 결국은 집에서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니, 같이 요리하거나 서로 책을 읽어 주는 시간이 길어졌다. 평소에는 밖에서 사 먹던 음식도 집에서 한 번 만들어 보게 되고 (심지어 파스타면을 뽑았다!!!), 내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만화나 영화도 아이들과 같이 보면서 낄낄대고 웃고... 원격 수업이 아직 잘 운영되지도 않는데 굳이 머리 속에 수학, 영어 문법 등을 꾸역꾸역 넣기 위해 스트레스를 받는 과정이 필요할런지. 결국 바이러스가 창궐한 세상에서는 스스로 살아남는 서바이벌 스킬들이 더 중요할텐데, 원시 시대처럼 자급자족에 필요한 기술들, 농사 기술이나 사냥(?) 기술이 우리 아이들에게 더 필요하지는 않을런지... 심지어는 이런 생각까지 해 본다 (인간의 고등 기술인 언어학을 연구하는 것을 업으로 삼은 내가 할 말을 아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