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이 촉진한 변화
Pearson이라는 교육 관련 연구를 하는 회사가 있다. 우리 아이들도 국제학교에서 사용하는 수학 교과서도 만들고, 그 밖의 여러 가지 교육 정책 관련 연구도 하는 회사이다. 이 회사가 얼마 전에 발표한 Global learners Survey를 보면 우리의 10대와 대학생들의 세대들은 이번 코로나 팬데믹을 겪으면서 좀 더 강한 인간으로 자라났다고 여기는, 나름 긍정적인 시각을 확인할 수가 있다.
더불어 앞으로의 교육 트렌드로 제시한 몇 가지 포인트를 보면 아주 흥미롭다.
1. 약 3/4의 응답자가 팬데믹 이후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더 잘 이해하고 돕게 되었다고 한다.
2. 83%의 부모는 아이들이 다른 사람들의 어려움을 더 잘 인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3. 90%의 응답자가 인터넷 접근이 인간의 기본권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4. 77%의 부모 응답자와 80%의 대학생들은 팬데믹을 겪은 세대들이 회복력이 더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5. 응답자들이 꼽은 미래 사회에서 가장 필요한 스킬로는 적응력, 디지털 스킬, 공감 능력이라고 답했고, 대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새로운 스킬로는 자발성, 적응력, 강한 멘털이라고 했다.
코로나에 관련해서는 늘상 부정적이고 고통스러운 내용의 발표나 신문기사를 보던 터라 반갑지 않을 수 없는 연구 결과이다. 사실, 역사적으로도 인간들은 공황 사태를 겪으면서 성장해 왔다. 전쟁이나 기아, 기근, 전염병을 처음 겪는 것도 아니고 이겨내 본 적이 없는 것도 아닌 우리 인간들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또 다른 (하지만 너무나 고통스럽고 큰 대가를 치르는) 성장을 이룰 것이다.
또 한 가지, Pearson의 작년 Global Learners Survey를 보면 대학 교육에 대한 여러 가지 시사점을 읽어 볼 수 있다.
위 자료의 10쪽을 보면, 81%의 응답자들이 앞으로 유학 가는 학생 수가 적어질 것이라고 전망했고, 74%의 응답자는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의 인구가 줄어들며, 65%의 응답자는 전통적인 방식의 대학 졸업장은 그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고 봤다.
이것은 정말 대학교에 있어서는 큰 위기가 닥쳐올 것을 시사하는 결과인데, 사실 대학 교육의 위상이나 근본, 성격 자체가 현대에 이미 많이 변질된 상황에서 앞으로 어떻게 대학 교육을 규정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해야만 할 것 같다. 지금 우리 대학에서 이런 대학 교육의 성격 자체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제시하는 다양한 방향 중 하나는 직업 교육을 제공하는 주체로써의 대학교가 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는 방향인데, 기술적인 부분을 배우기 위해서 그 많은 돈을 내고 4년이나 대학에 와서 학점 때문에 골머리 썩어가며 시간 낭비할 필요가 없다는 게 나의 생각이다. 사실 내가 추구하는 대학 교육은 주체적이고 근본적인 고민을 하는 인간이 되도록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실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의 학습을 얼마나 잘 주도하는 지를 보면 그 학생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작년부터 하고 있는 나의 개인 연구 결과에서도 온라인으로 바뀐 수업 환경에 대한 학생들의 태도가 결국 수업에서의 퍼포먼스와 정비례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학기가 시작할 때부터 이미 긍정적 태도를 보였던 학생들은 학기가 끝날 때 그 긍정적 태도가 강화되었고, 부정적 태도로 시작한 학생들 중에서 긍정적으로 바뀐 경우도 있지만 부정적 태도가 강화되어 태도의 양극화가 심화되었다.
앞으로 어찌 변할지 모르는 교육 환경, 결국 변화에 대한 오픈 마인드가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보여 준 연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