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휴가처럼
아이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진 국제학교에 다니고 토요일엔 한국학교에 다닌다. 둘 다 유치원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6년이 넘게 토요일에도 놀 계획이 따로 없이 학교에 가야 한다. 그런데 이번 주말에는 토요 한국학교 방학이라서 갑자기 여유가 생긴 기분. 원래 금요일 오후엔 아이들이 한국학교 숙제를 하는 시간이었는데 토요일 아침에 일정이 없으니 금요일 오후부터 자유롭다. 공짜로 생긴 것 같은 long weekend에 안 놀고 보내면 왠지 손해 보는 기분! 그래서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만 던져 놓고, 새로 문을 연 Botanic garden의 Gallop extension 쪽에 가 보기로 했다. 보태닉 가든은 싱가포르 중심지에 있는 데다가 우리 집에서 가기 편해서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종종 가곤 했는데 최근에는 안 가 본지 좀 된 듯... 마침 Gallop extension이라는 새로운 공원의 한 부분이 개장했다고 하여 거기에서 산책한 다음 근처 카페에서 자기가 먹고 싶은 거 다 시켜먹기로 했다.
보태닉 가든 지하철역에서 내려서 산책 시작! 가는 길에 모니터 리자드 가족이 돌아다니는 것도 보고, 수달들이 물고기를 잡아 여유 있게 뜯어먹는 것을 한참 구경도 하고......
보태닉 가든에 워낙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고, 나무랑 꽃도 계절 따라 매번 바뀌는 걸 구경하느라 1km 가는 것도 한참 걸렸다. 게다가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도 이야기하느라 바쁜 우리는 지도에는 1.7km라고 나와 있는 거리를 거의 40분 넘게 걸려서 도착! 도착하자마자 발견한 귀여운 놀이터로 중학생 아들과 초등 고학년 딸은 흥분의 괴성을 지르며 달려가 시소, 그네, 정글짐을 모두 기어 오르기 시작했다. 덕분에 나도 신나서 그네랑 정글짐에서 한참 놀았다. 저녁까지 먹고 집에 오니 만족감과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왔다.
토요일 아침에도 일어나서 학교를 안 가니 뭘 해야 하나? 바로 그것은 수영!
아침 8시에 콘도 안의 수영장에 갔는데 나름 사람들이 많은 거다. 그동안 우리는 토요일 아침이 바빴던지라 아침부터 수영하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네. 한참 물놀이하고 집에 와서 남편이 튀겨 놓은 돈가스까지 먹으니 휴가가 따로 없다. 갑자기 너무 휴일을 휴일답게 보내어 행복이 뭐 별건가, 이렇게 일주일 열심히 일하고 월급도 다달이 들어오고 마음 편히 놀고 맛있는 거 먹으면 휴가지... 코로나로 여행 못 가서 휴가가 없다고 투덜대던 내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