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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Nov 14. 2021

수능보다 더한 싱가포르의 초등학교 졸업 시험

Primary School Leaving Exam

싱가포르는 어린 나이에 학업으로 인한 계급이 갈리는 무시무시한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PSLE (Primary School Leaving Exam)이라는 초등학교 졸업 시험이 바로 그 관문이다. 올해에도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PSLE가 실시되어, 1-5학년은 며칠간 방학을 하고, 6학년 아이들은 며칠에 걸쳐 시험을 봤다. 올해는 특히 코로나 때문에 가족 중에 한 명이라도 밀접 접촉자가 있으면 시험장에 못 들어온다는 규칙에 따라 6학년 아이를 둔 가족들은 외출이나 사람 접촉을 극도로 꺼리는 듯했다.


사실 PSLE를 앞두고 있는 아이들의 부모들은 아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 달에서 일 년까지 휴직을 하거나, 퇴사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내 주변에서도 딸이 하나 있는 싱가포리안 직원이 곧 딸이 PSLE를 본다며 년 초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한국도 학업 경쟁이 심하지만 이렇게까지는 아닌 듯한데, 싱가포르는 왜 이렇게 PSLE가 중요하냐고 물었더니 그 친구의 말, 

There is NO second chance in Singapore.

싱가포르에서는 두 번째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이 말은 중학교 입학시험이 인생의 방향을 좌우한다는 말이다. 내가 한국을 떠난 지 오래된 건지, 드라마 '스카이 캐슬'을 보며 '설마 저 정도까지...' 했었다. 한국도 이제는 '스카이 캐슬'같은 문화가 생겨난 걸까? 싱가포르나 한국 모두 천연자원이 상대적으로 적고 인적 자원에 많은 공을 들이며 인적 자원이 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수한 인재들이 많고 또 노력한 만큼 기회가 올 수 있기도 하다. 그렇다 보니 자연스레 교육열이 높아진 것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싱가포르는 PSLE 대상자가 초등학교 6학년생이라는 문제가 있다. 올해 PSLE를 본 아이의 엄마인 내 친구가 보내 준 수학 문제이다.


Helen and Ivan had the same number of coins. Helen had a number of 50-cent coins and 64 20-cent coins. These coins had a mass of 1.134 kg. Ivan had a number of 50-cent coins and 104 20-cent coins. (a) Who has more money in coins and by how much? (B) given that each 50-cent coin is 2.7g more heavier than a 20-cent coin, what is the mass of Ivan’s coins in kilograms?


난, 이 문제를 보고 "우리가 중학교 수업을 따라가는데 이런 걸 알아야 돼?"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결국 시험이 아이들의 실력을 평가한다기보다는 상대 평가로 줄 세우기를 하는데에 목적을 두다 보니까 이런 문제들이 나오고 점점 아이들이 틀리게 하는 게 하는 문제를 내게 된다. 반대로 아이들은 질문이 묻는 진짜 의도를 파악하기보다는 틀리지 않는 방법을 익히는데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다. 내가 대학에서 학생들을 보며 항상 주장하는 것은, 결! 코! 대학에 온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는다. 이런 식의 사회라면 경쟁은 대학과 취업, 직장, 결혼, 육아... 죽을 때까지 절대 끝나지 않는다. 우리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은 나름의 엘리트들이다. 고등학교 때 공부라면 방귀 좀 뀌었다는 아이들인데 대학에서 다시 좌절을 맛본다. 


수업을 위해서 교재를 읽기 싫은 학생들

심리학과의 친구가 수업 평가에 많은 학생들이 이 과목의 고쳐야 할 점으로 '책을 읽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고 한다. 수업에서 필요한 기초를 다지기 위해서 읽어야 할 책이 한 학기 동안 세 권이었는데 책을 읽는 게 이 수업의 단점이라며 교수가 요약을 해서 꼭 알아야 할 것만 가르쳐 달라는 것이다. 대학생이 공부를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 더 이상 정상이 아닌 이 상황... 그냥 요약본만 가지고 학점을 따서 졸업을 하는 게 목표인 대학이 과연 필요가 있을까? 반대로 말하면 이 정도 하기 위해서 굳이 대학 입학을 목표로 그렇게 달려야 하나? 학생들을 보면 수업도 들어야 하고, 동아리 활동, 취업 준비를 위한 각종 스펙 쌓기, 방학마다 인턴쉽... 정말이지 이렇게 치열할 수가 없다. 이것이 정말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에 가는 이유가 된다고???


11월 말에 PSLE 결과가 발표된다. 결과 발표 후 얼마나 많은 비극적인 상황이 뉴스에 나올지... 벌써 걱정하는 건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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