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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Feb 20. 2022

80년대 국민학생이 보는 2020년대 국제학교 학생

국제학교의 Parent-teacher Conference를 마치고...

우선 나는 성적표 에 대해 꽤 자유로운 편이라는 것을 말해 두고 싶다. 내 성적표나 애들 성적표에 대해서 그렇게 긴 시간 걱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부모님께서 워낙 나의 성적 가지고 이런저런 말씀하신 적이 없었고, 나 스스로 바닥을 치는 성적표를 받은 적도 있지만 박사까지 잘 마친 걸 보면 사실은 '한때 공부 좀 하든지' '한때 공부 좀 못 하든지' 사는 건 다 거기서 거기인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남편 역시 외국에서 학교 다니다가 중학교 때 한국에 돌아가서 첫 학기에 반에서 꼴등한 적도 있었다고 하더니 나처럼 애들이 받아오는 성적표에 '대범'하다.

또한 내가 몸 담은 업종의 영향도 있다. 대학 교수 중엔 소위 어렸을 때 공부 좀 했던 사람이 많은데, 여기 싱가포르에도 'SKY 대학교' 출신 한국인 교수들이 많다. 그런데 막상 사람 사는 걸 보면 고등학교 때 성적과 무관하게 삶의 질이 정해지고 또 막상 보면 고등학교 성적이 그저 그랬던 나하고 사는 모습들이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걸 몸소 느끼기도 한다.


그런 내가, 지난 주 아이들 학교 선생님들과 상담을 거치면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겪었다는 거 아닌가!


일단 여기 국제 학교는 매 학기 전 과목 선생님과 아이들의 학업, 태도에 대해서 상담하고 조언을 해 준다. 그냥 방과 후 대충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애들은 학교를 이틀 쉬고 그 이틀 동안 선생님들은 부모들을 만나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대부분 좋은 이야기 즐거운 이야기가 대부분이었다. 학교에서 한 아이들의 귀엽고 기특한 행동들에 대해서 듣고, 그 동안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 감사하며 훈훈하게 마무리하는 것이 대강의 패턴... 그런데 애들이 중학교에 가서 처음 했던 상담에선 충격도 이런 충격이 없다.


"아이가 잘 하기는 하는데 그래도 MAP(맵) test 같은 전 세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 결과에 비하면 수업 중 학업 성취가 떨어지네요.”

"책을 많이 읽어서 좋기는 한데 수업 시간 중에도 책을 읽을 때가 있어요."

"친구들하고 협업 과제를 할 때 아이가 열심히 안 한다고 친구들이 그러네요."

"성적이 어느 정도 나와서 그런지 그걸 믿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지 않아요."


뭔가 부정적이기만 한 코멘트는 아니라서 기분이 나빠지기에도 참 애매한 그런 의견들을 많이 듣는다. 우리 애들이 다니는 국제학교는 교내 절대평가도 상대평가도 아닌 Standard grades를 사용한다. 나름의 절대 평가라고 할 수 있는데 과목 안에서도 각 항목에 대해서 평가를 따로 한다.


6학년 (중학교 1학년)의 영어 Standards

중학교 1학년의 영어 과목의 절대 평가 항목은 위와 같다. 여기에 대해서 점수를 각각 받는다. 내가 다니던 국민학교의 '수/우/미/양/가'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점수표

 사실 M (충족함) 받아도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프랑스계인 수학 선생님은 우리 아이가 E() 목표로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제학교라면서 성적에 연연하지 않아야 하는  아냐?  ... 내가 너무 욕심이 없는(?) 건지, 아니면 동기 부여를  하고 있는 거야? 하지만 요즘 같은 세상에 공부만  한다고  해결되는  아니잖아?  정도면 됐지  잘하라고, 1 하라고 달달 볶는  국제학교나, 프랑스 선생이나  똑같네. , 프랑스식 교육은 무슨, 한국이랑 다를  없구만.


순간 지나갔던 오만가지 생각이었다. 하지만 며칠 간의 고민 (애들 더 달달 볶아야 하나)과 선생님과의 추가적인 이메일 상담 끝에 내가 결국 깨달은 것은 내가 바로 문제였다는 것이다. 2022년도의 교육 조언을 여전히 1980년 국민학교 출신의 시각으로 받아들인 것에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선생님의 말씀은 성적과 상관없이 아이가 스스로를 더욱 밀어붙여서 성취해나가는 경험을 쌓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단 것을 경험하게 해 주라는 뜻이었던 것이다. 이런 말을 고작 성적이나 더 올려야 한다는 말로 오해를 해도 한참 오해를 하고 마치 나는 성적 따위엔 연연하지 않는 쿨한 엄마인 척 했던 것…

이걸 알아채고 나니 내 자신이 참 부끄러워지면서 나의 모든 교육적 시각에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아… 사람이 이래서 끊임없이 느끼고 깨달아야 하는 거였어. 2022년을 사는 나는 아직도 1980년대 국민학교 출신임이 이렇게 티가 나는구나.

여기에서 갑자기 생각이 마구 달음질치면서 이번 대통령을 잘 뽑아서 좋은 교육 정책이 실행될 수 있어야 될텐데 하는 한참 먼 곳에서 생각이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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