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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Mar 17. 2022

싱가포르에 살면 좋은 점

수달이 돌아다니는 공원

요즘 브런치를 읽다 보면, 해외에 사는 작가들이 그 나라에 대한 개인적인 느낌들을 쓴 재미있는 글이 참 많다. 요즘처럼 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시대에 살면서 그들의 글이 나름의 간접 여행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욕구불만이 해소되는 느낌이다. 또한 나도 내가 지금 살고 있는 싱가포르는 어땠지? 이런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사실 풍성한 정보를 제공하는 해외 체류기를 읽어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의지를 가지고 원하는 특정 나라를 정해서 그 나라에 가서 살기 위해서 긴 시간 준비와 노력을 하는 것 같다. 반면 나의 경우, 싱가포르는 우연히 와서 살게 된 나라라서 그런지 특별한 감흥이 없이 살고 있었나 보다. 싱가포르는 한국인들이 여행으로, 장기 체류를 위해서 많이 오는 나라 중 하나이다 보니까 막연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만, 반대로 말하면 어떤 특정 시각을 가질만한 나라가 아니라고도 할 수도 있다. 워낙 이슈도 없고, 국제적으로 영향력도 떨어지는 나라이니... 나름의 포지셔닝을 잘해서 많은 국가들의 지역 거점이 싱가포르에 있고 취업이 자유롭고 쉬운 반면, 장기적으로 이민을 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이 언제든지 떠날 수도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싱가포르에 살면서 좋은 점은 이런 것 같다.


1. 일 년 내내 날씨가 비슷해서 밖에서 운동할 수 있고, 옷장도 간소하다.

이것은 나에게는 큰 장점인데, 비가 올 때를 제외하고는 일 년 내내 밖에서 뛰거나 수영이 가능하니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다. 또한 옷도 단벌신사로 지낼 수 있으니 옷장도 간소해지고 옷을 살 필요가 없어서 너무 좋다.


2. 다양한 음식을 언제든 저렴하게 맛볼 수 있다.

사실 비싸게 먹으려면 얼마든지 비싼 음식도 찾아볼 수 있는 곳이 싱가포르이다. 한 끼에 10만 원이 넘는 뷔페가 여기저기에 널렸다. 반면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맛있는 각종 동남아시아 음식을 집 근처에서 저렴하게 먹을 수도 있다. 태국, 베트남,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인도, 그리고 당연히 싱가포르 음식까지 싸게 먹으려면 싱달러 3-5불로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유럽 음식도 많이 있어서 영국의 선데이 로스트, 아이리쉬 펍, 타파스, 독일식 펍 등 다양한 식당을 찾아보기 쉽다.


한 꼬치에 80센트


3. 한국인에 대한 차별이 없다. 적다.

다른 나라 (특히 미국)에서 유학하고 온 교수들은 싱가포르에 오면 그렇게 대접받는 기분이라고 한다. 그래서 더욱 편하고 가깝게 느껴진다고 말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다. 일단 싱가포르에선 한국 사람이라고 하면 엄청 호의적이고 친절하다. 이래서 국력과 국격이 중요한가! 싱가포르 사람들은 한국 사람과 교류하고 싶어 하고 한국에 대해 알고 싶어 하고 대부분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학생들도 한국 회사에 취직하거나 한국 관련 일을 하고 싶어 하는 등 단지 문화적 측면이 아니라 경제적 차원에서도 매우 긍정적이다. 지난 문재인 정권에서 한국의 국격이 엄청나게 올라간 것을 날마다 피부로 느낀다. 물론 외국인에 대한 묻지 마 차별은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차별이 '없다'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것은 외국인을 싸잡아 차별하는 시각이므로 좀 다르다고 할 수 있다.


4. 한국에서 가깝다.

오래 살다 보면 한국과 가까운 것이 커다란 장점으로 다가온다. 특히 부모님께서 점점 연로해지시면서 한국에 쉽고 빠르게 갈 수 있는 이 나라에 사는 것이 다행이라고 느껴진다. 코로나 전에는 하루에 비행기가 세 번 다녔으니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빠르게 한국에 갈 수 있다 (물론 한국인들이 많이 살고 있는 영어권 나라에 비해서).


5. 교육 제도와 분위기가 한국과 비슷하다.

이건 장점인지 단점인지 모르겠지만, 여기도 나름 한국처럼 경쟁적이고, 과외 활동과 수업이 많다. 그래서 단기로 조기 유학을 오고 가는 아이들이 많은 것 같다. 다만 한국과 다른 점이라고 하면 여기는 포기가 빠른 편이라고 해야 하나? 한국은 어떻게든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는 마음가짐으로 죽을힘을 다해서 경쟁하는 반면 여기는 각 단계별 평가 (초등 졸업 시험, 고등학교 입학시험 등)에서 판가름이 나면 바로 다른 길을 모색하는 편이다. 


6. 해외 다른 나라로 여행 다닐 거점 국가로 좋다.

주변 동남아시아 국가는 가까우면 50불, 좀 멀면 300불로 비행기 값은 충분하다. 그래서 짧은 휴가에도 어디든지 여행 다니기가 쉽고 비행편도 많다. 싱가포르는 작지만 지루할 틈이 없다. 그리고 유럽으로 가는 비행기도 정말 많고 심지어는 뉴욕 직항도 있어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싱가포르에서 살면 여러 모로 계획하기가 편하다.


7. 한국 마트가 많다.

정말 현지 슈퍼마켓에도 웬만한 한국 제품 (라면, 고추장, 불고기 양념, 햇반, 김, 당면, 떡볶이, 떡, 기타 냉동식품 다수 등등)은 다 팔고 우리 집 앞에 있는 작은 쇼핑몰에도 한국 마트가 있어서 한국 생리대까지 판다. 오래전 영국에서 유학할 때 걸어서 40분 걸리는 시내 (버스가 하루 세 번 다님)에 가면 오리엔탈 마켓이라는 중동 아저씨가 운영하는 마트에 들러 신라면 하나 사서 고이 간직하고 돌아오던 때와는 격세지감을 느낀다. 유럽은 아직도 한국 물건이 흔하지는 않고 (라면은 요즘 어디나 파는 것 같지만) 비싼 반면 싱가포르는 하루 세 끼를 다 한국 음식으로도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더 생각해 볼 수도 있겠지만 럭키 세븐까지 썼으니 이쯤 해서 고만 쓸까?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여기 사는 것이 좀 더 행복하게 느껴지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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