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 and Aug 02. 2021

현장 독서

패딩턴 역에서 [패딩턴 베어] 읽기

태백산맥을 따라 등반하며 밤마다 캠프에서 조정래 작가의 [태백산맥]을 읽는다면?

빨치산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을까?


Reading on Location, 현장 독서란 책의 배경이 되는, 또는 작가와 관련이 있는 장소에서 그 책을 읽는 활동이다. 대학생 때 두 달 정도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여행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때 경험한 현장 독서는 놀라웠다. 런던, 코벤트 가든에서 [올리버 트위스트] 읽고, Lake district에서 [피터 래빗] 읽었으며, Stratford-upon-Avon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아일랜드로 넘어가서는 더블린의 버나드 쇼의 생가를 구경하러 가선 [피그말리온] 읽었다.

내가 현장 독서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건 마치 내가 방문한 장소의 여행 안내서를 누군가 시간 여행하듯이 스토리텔링을 해 주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데에 있다. 즉, Stratford-upon-Avon에서 셰익스피어의 생가를 방문해서 그의 침실과 침대를 둘러 보고, 그 근처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한 권 산 다음 극장 앞 호숫가에 앉아서 그 책을 읽을 때 마치 셰익스피어가 상상하던 이탈리아로 돌아가 로미오와 줄리엣을 관전하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 아들과 런던에서 여행할  아이도 패딩턴 역에서 [패딩턴 베어] 읽는 스릴을 느꼈다. 히스로 공항에서 익스프레스로 패딩턴에 도착해서 다음 도시로 이동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는 동안 패딩턴 베어 샵을 구경하고, 패딩턴 베어 동상과 사진을 찍었다. 그 다음 패딩턴 베어 책을 사서 2층 커피숍에 올라가 함께 그 책을 읽었는데, 우린 브라운 가족이 패딩턴을 발견한 대목을 읽으면서 마치 그 장면을 보고 있는 듯한 감동을 느꼈다.



"아마 브라운 가족은 여기에서 이 쪽으로 걸어갔겠지?"

"패딩턴은 저쪽, 저쯤에 혼자 남겨져 있었을까?"

그렇게 낄낄거리며 한 문장 한 문장이 살아 숨쉬는 듯한 즐거움으로 책을 읽고 장면을 "보았다." 집에 돌아온 후, "패딩턴 베어" 영화로 볼 기회가 있었는데 우리는 영화 안에 들어가 있는 기분을 느끼며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고, 마치 패딩턴이 우리 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듯한 기분이 꽤 오래 지속되어 심지어는 우리 집에까지 가끔 상상 속의 패딩턴이 출현하곤 했다. 

또는 싱가포르 창이 공항에 갈 때마다 한 동안 혼자 남겨진 다른 '곰돌이'는 없는지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아마 다음에 다시 런던에 가면 킹스 크로스 역에서 해리 포터를 읽겠다고 하겠지? 9&3/4 기차역의 벽으로 돌진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작가의 이전글 방학맞이 프로젝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