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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Aug 25. 2021

아이들을 택시 태워 학교에 보내며…

어제도 밤새 비가 쏟아졌다. 요즘 우기도 아닌데 날마다 비가 오고 온도도 꽤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쿠터를 타고 학교에 가겠다고 고집부리던 딸아이는 지난주에 학교 앞에서 넘어져 한쪽 발을 아직도 절뚝이며 다닌다. 비가 밤새 오더라도 아침 등교 시간에 그쳤는데 오늘은 그치질 않았다.

계속 밖을 쳐다보며 걱정하던 딸은 장화를 찾는다고 부산을 떨다가 장화가 작아졌다며 투덜거리다가 내 눈치를 보며 한 마디,


“아직 발 아픈데… 그냥 비 맞고 가지 뭐.”


우여곡절 끝에 택시를 불러서 등교하기로 결정. 나도 아침에 강의가 있어 함께 가진 못하고 아이들 둘이 택시 타고 가기로 했다. 아이들은 둘이 이게 웬 횡재냐 싶어 택시 타고 등교하는 호사에 정말 신났다.


내가 어릴 적 장마철엔 어떻게 학교에 다녔더라? 택시 어플로 아이들 가는 길을 지켜 보며 기억을 더듬어 보니, 비 오는 날 그토록 부러웠던 친구의 분홍색 우비와 장화 정도가 생각난다. 택시는 무슨...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당연히 걸어 다녔지. 하지만 우리 애들이 비 오는 날 부러워하는 건 더 이상 이쁜 우비나 장화가 아닌 자가용이란 사실에 격세지감을 느끼며, ‘그래, 시대가 바뀌었어. 우리가 차는 없어도 이렇게 비 오는 날 5000원 내고 택시 정도는 타도 되지, 뭐...'라고 자기 합리화를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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