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마라톤 도전기
사진 : 달리다가 찍은 붉은 일출
요즘 여행을 가거나 새로운 경험을 할 기회가 없으니 반복되는 일상에 몸서리를 치고 있다.
마침 학교에서 열리는 마라톤 행사에 115km 카테고리 (한 달간 115km를 나눠서 달리는)가 있어서 냉큼 신청을 했다.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신나 하던 나와 다르게 그날 저녁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하니 어째 반응이 뜨뜻미지근하다.
"엥, 115km를 어떻게 뛰려고?"
"한 달간 나눠서 뛰는데 뭐. 원래 일주일에 네 번 뛰니까 17번에 나눠서 뛰면 얼마 안 돼."
"그래도 115km잖아."
내 산수에 따르면, 평소 조깅으로 뛰어도 보통 한 번에 6-8km 뛰니까 루틴대로만 뛰어도 115km는 훨씬 넘게 뛸 수 있다. 반면 가족들에게는 115라는 세 자리 숫자가 주는 느낌이 더 컸나 보다. 생각해 보면 내가 한 번에 쉬지 않고 뛸 수 있는 거리는 사실 10km 미만. 115km는 이미 그의 11배가 넘는 큰 숫자이다. 게다가 10km는 최장거리이고, 규칙적으로 뛸 때에는 평균 7km이니 115km는 뛰려면 17회 뛰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이라는 팩터를 생각해 보면 한 달은 30일, 매일 뛰지 못하더라도 17회는 충분히 뛸 수 있다. 시작한 지 6일 만에 벌써 달린 거리가 25km를 넘었다.
우리는 가끔 목표가 주는 거대함에 움츠러들 때가 있다. 나 역시 그렇다. 하지만 시간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위대한 것 같다. 초등학교 때 체력장에서 항상 5등급 (꼴찌 등급)을 받던 내가 지금 중년이 되어서도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걸 보면 친구들이 매우 신기해한다.
오늘 드디어 115km를 다 뛰고 나서 드는 생각은,
‘오늘 저녁부터 다시 맥주 마실 수 있다!!!’
그동안 뛰는 것보다 한 달간 금주가 더 힘들었던 나. 목표를 달성하고 나니 막상 성취감보다는 안도감이 드는 건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