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두고 돌아오는 길...
코로나 때문에 2년 반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코로나 전에도 시간 날때마다 여기저기 싸돌아 다니느라 한국은 2년에 한 번 정도 방문했지만 외재적인 요인 때문에 한국에 못 가게 되니 왜 이리 한국에 가고 싶던지...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처럼 마치 '코로나만 없었다면 한국에 매년 갈 수 있었을 텐데...'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러던 차, 10월에 한-싱 여행 격리 면제가 발표되자, 아싸! 그날 바로 한국 출장을 잡았다. 아이들이 태어나고 나선 혼자 하는 한국 방문은 처음이었다.
코로나 이후 첫 비행이라 긴장된 마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도착하니, 그 찬 공기가 얼마나 좋은지. 찬 공기를 마시며 달리는 게 얼마나 자유로운지 모르겠다. 그리고 만난 부모님. 마치 아침에 집에서 나왔다가 저녁에 들어가는 것처럼 너무나 일상적인 발걸음으로 집에 들어갔지만, 아! 나이 드신 모습이 눈에 콱 박혔다. 엄마는 등이 굽으셨고, 아빠는 최근 이를 두 개나 뽑으셨단다. 하지만 그 마음도 잠시, 집에 가니 (특히 아이들 없이 가니) 난 십대 딸과 별다르지 않게 행동하는 나. 있는 내내 출장으로 해야 할 일들 처리, 병원 방문들로 결국은 생각보다 부모님과 보낸 시간은 매우 짧았다.
그렇게 열흘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어느덧 싱가포르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
세월이 갈수록 한국에 다녀오는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진다. 애들과 떨어져 한국에 갈 때에도 마음이 안 좋았지만, 그것은 앞으로 닥칠 일을 미리 준비하고 연습하는 듯한 느낌으로, 몇 분짜리 아쉬움이었다. 하지만 나이 드신 부모님을 두고 돌아오는 길은 내 마음속 가장 깊이 존재하는 공포를 미리 맛보는 것 같아서 매우 안절부절해졌다. 애써 외면하려고 하는 공포, '다음'을 기약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