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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 and Feb 27. 2022

40대에 새 운동을 배우며

테니스의 묘미

검도, 합기도, 발레, 달리기, 수영을 거치며 난 혼자 하는 운동을 좋아한다고 스스로를 정의하게 되자 나도 모르게 상대방과 게임을 하는 운동은 거리를 두게 된 것 같다.

하지만 남편은 어릴 때부터 테니스를 쳐 왔던 터라 나를 가르쳐서 파트너로 활용하려는 욕심에 자꾸 배우라 했다. 그래도 경쟁심이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는 나같은 사람은 테니스 치다가 상대방이 재미없다고 라켓 던질 판이다. 그래 왔던 내가, 얼마 전부터 애들도 다 테니스를 치기 시작하는 걸 보니 ‘달리기할 때 점점 무릎이 아픈데 이 참에 나도 새로운 운동 한 번 배워봐?’하는 생각을 조금씩 하게 되었다.


우리의 테니스 강사는 남편. 처음 몇 번 라켓에 공을 맞혀 보니, 오호라! 이거 꽤 재미있는데?? 일단 게임은 아직 못 하니 쳐 주는 공을 맞히는 정도는 정말 재미있다. 첫 번째 강습 후 바로 내 전용라켓을 사러 갔다. 그리고 지금 세 달째 꾸준히 테니스를 배우는 중. 새 운동을 시작해 보니 느껴지는 장점이 꽤 있다.


칼로리 소모가 많아진다.

늘상 하는 달리기와 수영은 사실 하고 나서 그렇게 힘들지 않게 되었다... 힘든 운동이 아닌 건 아니지만, 코치나 메이트 없이 오랫동안 혼자 하다보니 더 빠르게, 오래 뛰려는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 하지만 테니스를 배우면서 평소에 안 쓰던 근육도 쓰고, 손목과 팔 운동도 더 하게 되어서 같은 한 시간 운동을 해도 칼로리 소모가 훨씬 되는 것 같다.


남편의 역할이 생긴다.

테니스 가르치는 걸 귀찮아할 줄 알았는데 나름 가족들을 (특히 나를) 가르치는 역할이 엄청 좋았나 보다. 게다가 테니스 시간만큼은 자기가 대장이니 힘들지만 나름 '엄하게'(??) 우리를 가르쳤다. 우리도 테니스 시간 동안은 '네'라고 절대 복종을 하니 남편도 자기의 역할을 수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아이들과 나의 관계가 재정립된다.

나랑 같이 다른 운동을 하면 (내가 그 동안 해 왔던 운동), 아이들에게 칭찬을 해 줘도 '엄마가 더 잘 하잖아!'라는 반응을 보일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테니스는 애들이 먼저 배우기도 했고 확실히 나보다 빨리 늘고 있어서 언제나 내가 아이들보다 뒤처진다. 게다가 같이 배우는 입장이라서 동질감이 많이 느껴진다는 장점이 있다.


재미, 즐거움, 활력

좀 추상적이긴 하지만 새로운 걸 시작한다는 건 항상 활력을 된다. 평소엔 절대 안 보던 호주 오픈 영상도 보고 (가장 최근에 한 테니스 오픈), 선수들이 치는 모습도 눈 여겨 보면서 가족들이랑 이야기거리도 생기고, 주말 테니스 연습이 기대되고... 일상에 약간의 즐거움을 더하는 활동이 되었다.


앞으로 좀 더 기대하는 바는, 나랑 비슷한 또래의 테니스 모임을 찾아서 꾸준히 나가는 것이다. 아무리 내가 체력이 좋다 해도 다른 성별, 다른 연령대와는 계속해서 테니스를 치기 어렵다. 테니스만 치는 게 아니라 서로 공감하는 일상, 기분, 체력 변화 등등 마음이 맞아야 오래오래 테니스 메이트로 갈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나름 멋있을 것 같기도 하다. 40대 여자 친구들과 만나서 먹고 이야기하는 것에서 벗어나 같이 운동하고 테니스 오픈 이야기도 하는 그런 관계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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