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 and Jan 03. 2022

저요? 유튜브로 한국어 배웠는데요?

좋겠다, 유튜브만 봤는데 이렇게 한국어를 잘 하다니...

오늘은 다음 주에 시작하는 새 학기를 앞두고 학생들의 배치시험을 봤다.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가장 초급부터 시작하지 않은 학생들은 이런 배치고사를 통해 자기에게 맞는 수업으로 배치가 되는데, 시험이 꽤 어렵다. 우선 학생들은 지필형 문답 시험과 간단한 에세이 시험을 본 다음 개별 인터뷰까지 있기 때문에 대충 찍거나 어디서 보고 베끼기로는 어림도 없다. 게다가 그렇게 해서 높은 난이도의 수업에 들어가는 것이 (학점을 위해) 꼭 좋은 것만도 아니라서 오히려 어떤 학생들은 자기의 진짜 실력을 숨기고 좀 더 쉬운 수업에 가려고 하기도 한다. 


아무튼 학생들의 문답 시험과 에세이 결과를 훑어 보니 대학교에서 한국어를 2-3년 배운 것과 같은 실력을 보이는 학생들이 꽤 있다. '야, 이거 싱가포르에 한국어 학원들이 많이 생겨서 그런가, 중고등학생 때부터 한국어를 배우기도 하나 보네!'라고 생각하고 인터뷰를 시작했다. 오늘 내가 인터뷰한 학생은 열 명 남짓. 그런데 막상 인터뷰를 해 보니 그 중 80%는 학원이나 선생님한테 한국어를 배운 것이 아니라, 드라마랑 예능 보면서 혼자 배웠단다! 


나도 최근에 듀오링고 (Duolingo)로 스페인어를 시작했지만 앱은 앱이고 일단 책부터 두 권이 샀다. 사실 책 없이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건 나로써는 여전히 상상할 수 없다. 앱이나 인터넷은 부수적인 도구이고, 일단 책에다가 뭔가 적고 표를 그려서 규칙을 정리하는 것이 나의 여전한 외국어 공부법인 반면, 요즘 아이들은 드라마나 예능 보면서 한국어를 배운다고 하니 이럴 수가!!!!! 게다가 잘 하기까지!!!!!

가끔 고급 한국어 수업에서 잘 관찰해 보면, 혼자서 매체를 통해 한국어를 배운 학생들이 발음이나 표현이 더 유창하고 자연스러운 경우가 있다. 물론 정확성이나 다양한 문법 확장, 활용은 대학교에서 기초부터 차근차근 배운 학생들에 비해서 약하지만 나름의 장단점이 있어 보인다.

 

나로 말하자면, Neflix '종이의 집'에서 'Dinero (돈)'라는 단어 하나 들렸을 때 얼마나 기뻤던지. 그런데 한국 드라마 2년 봤다고 나랑 한국어로 대화가 줄줄 가능한 이 아이들이 대체 뭘까?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어를 말할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