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재원 일기 외전 2

1달이 2달이 된 이야기

by 만두

주재원 부임에 필요한 서류를 받는 데는 보통 1달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억까에 억까가 겹쳐서

ITAS라고 부르는 체류 허가와 워킹 퍼밋(working permit)을 받는 데 무려 2달이 걸렸다.

덕분에 전임자의 체류 허가가 끝난 후에야 부임하게 되어,

업무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야생에 던져지고 말았다.


첫 번째 복병: 르바란

인도네시아에는 라마단이 끝나고 이를 기념하는 ‘르바란’이라는 명절이 있다.

이때는 일주일 가량 정부기관이 업무를 중단하므로, 그만큼 내 서류 처리도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두 번째 복병: 동시 처리 불가

나와 같은 시기에 발령받은 다른 주재원이 있었다.

그 주재원분은 급하게 발령받은 나와는 달리 미리 법인과 발령에 대해 협의가 되어 있었고,

덕분에 나보다 먼저 부임 서류를 제출하게 되었다.

그 후 내 서류를 제출했는데, 인도네시아 정부에서 반려(reject) 처리를 했다.

사유는 ‘이미 처리 중인 서류가 있다’는 것이었다.

두 명이 동시에 서류를 제출하면 두 명 모두 서류 검토가 가능하지만,

한 명이 처리 중이면 그 한 명의 서류 검토가 끝나야 내 서류가 처리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서류 처리가 병렬로 되지 않는다는 신선한 경험을 했다.


세 번째 복병: 회사 전체 인력 현황 제출

동시 발령된 주재원의 서류 처리가 끝나고 내 서류 검토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인도네시아 노동부에서 법인에 근무 중인 전 인력에 대한 정보를 요구했다.

인도네시아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인 내가 필요한 사유를 입증하라는 것이었다.


네 번째 복병: 뇌물 수수 사건 발생

전 인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 후, 또다시 나의 서류 검토는 중단되었다.

사유는 노동부에서 뇌물 수수 사건이 발생했고,

이 사건의 조사를 위해 기존에 진행 중인 서류 검토가 보류되었다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믿기지 않아 인도네시아 뉴스 기사를 검색해봤더니 사실이었다.

이쯤 되니 그냥 부임하지 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과적으로 나는 지금 인도네시아에 있다.

두 달의 시간을 한국에서 허비한 것이 인도네시아 적응을 두 달만큼 미룬 것인지,

아니면 두 달간 일을 안 해서 행복한 시간이었는지는 여기서 일하며 지내다 보면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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