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별 재미있는 음식 포장
인도네시아에 처음 왔을 때, 저녁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일에만 매달려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 일찍 퇴근할 기회가 생겼고, 여유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허기도 따라왔다.
그래서 처음으로 그랩(Grab)을 통해 미고랭을 주문했는데,
음식을 받았을 때의 당혹감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배달된 음식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포장이었다. 꼼꼼하게 포장해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봉투 입구를 케이블 타이로 꽉 조여놓은 것이었다.
바로 이렇게 말이다.
처음엔 이걸 어떻게 뜯어야 하나 아주 당황스러웠다.
배는 고픈데 칼이나 가위 같은 도구는 없었고,
결국 방에 있던 손톱깎이로 케이블 타이를 겨우 잘라내서 허겁지겁 미고랭을 먹어치웠다.
이후에도 동일한 경험이 계속되었고,
도대체 이 나라는 소비자의 편의성은 고려하지 않는 건가 싶어 짜증이 났다.
그런데 며칠 후 회사 사람들과 함께 점심을 시켜 먹는데,
어김없이 케이블 타이로 봉투 입구가 꽉 조여져 있었다.
이것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으려는 순간, 나는 깨닫고 말았다.
‘아, 그냥 힘으로 잡아 뜯으면 되는 거였구나!’
다른 사람들은 익숙한 듯 봉투 입구를 힘으로 잡고 벌렸고,
케이블 타이는 그냥 뚝 하고 끊어져 버렸다. 나도 한번 해보니 그리 큰 힘이 들지 않았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하고, 문화의 차이는 경험에서 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단순히 ‘무언가를 묶는, 도구 없이는 끊기 어려운’ 케이블 타이의 경험만 있었는데,
여기서는 ‘포장을 용이하게 해주는 수단’이라는 새로운 경험이 추가되면서
또 한 번 문화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다.
이렇게 힘으로 뜯을 수 있다면,
봉투 입구를 묶어서 오히려 더 풀기 어려운 기존 포장 방식보다 훨씬 좋은 포장 문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뜯어지면서 튕겨나간 케이블 타이를 별도로 치워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지만 말이다.
<모두가 익숙한 태국식 음식 포장. 이것도 처음 보면 당황하기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