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재원 일기 13

수도 필터가 필수인 나라

by 만두

내가 처음으로 생수를 이용해 양치를 한 국가는 인도였다.

18년 인도 첫 출장을 준비하던 중에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가

인도는 수질이 박살 났기 때문에 수돗물로 양치를 하면 바로 배탈이 난다는 것이었다.

많은 경고 탓에 제대로 쫄았고,

샤워를 할 때도 입 안으로 물이 들어가지 않게 숨을 참으며 호텔 생수로 양치를 했었다.


그 뒤 담당 지역이 동남아로 바뀌며,

잦은 출장으로 고생하던 때 이가 시리는 현상이 자주 나타났다.

당연히 동네 치과를 찾아갔고, 동네 치과에선 혹시 석회질이 많은 나라로 다니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렇다고 하자, 힘을 줘 양치를 하는 내 습관에 석회질이 많은 물로 양치를 하다 보니

치아 겉면에 미세하게 스크래치가 발생했고

그래서 이가 시린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했었다.

그 뒤 동남아에서는 최대한 생수를 이용해 양치했고 살살 이를 닦았던 기억이 난다.


대 코로나 시절이 지나고,

인도네시아 주재원으로 발령이 난 뒤 이것저것 찾아볼 때 많은 내용 중 하나가 물이었다.

여기도 수질이 박살 났으니 집안 수질 필터는 무조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보통 집안으로 들어오는 전체 수도관에 필터 하나,

주방 및 욕실로 나가는 수도관에 필터 하나,

마지막 샤워기나 수도꼭지에 다는 필터 하나,

총 3종류의 필터를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었으며,

세탁기로 들어가는 수도관에도 별도로 필터를 설치한다고 했다.


양치는 생수로 했지만,

수많은 출장과 여행에는 필터를 따로 들고 다닌 적이 없기에 참 유별나다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귀가 얇은 나이기에 속는 셈 치고 여행용 필터와 필터 샤워기를 하나 챙겨왔고, 이게 그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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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는 숙소가 나름 최신식인데도 불구하고 일주일만에 저렇게 색이 변했다.

그냥 남들처럼 일 2회, 아침 저녁으로 샤워를 한 게 다인데 필터 색이 저렇게 맛이 가다 보니

인도네시아의 수질이 몸으로 체감되기 시작했다.

대충 2주일에 한 개씩 소모한다는 가정하에 석 달치 필터만 한국에서 들고 왔는데 한 달도 버티기 빠듯해 보였다.


그때부터 모든 게 수질 탓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푸석해진 머리, 건조하고 트러블이 일어나는 피부,

이 모든 게 수질 탓이라 생각되어 부랴부랴 추가 필터를 인터넷으로 주문했고,

모든 수도꼭지에도 필터를 달았다.

필터값으로도 한 달 지출이 꽤 될 것 같았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한국의 깨끗한 상수도가 생각나며 또 한국이 그리워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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