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재원 일기 15

쉽지 않은 심부름 문화

by 만두

인도네시아에 살면서 아직 적응이 어려운 문화들이 몇 개 있다.


예를 들어 사무실 시설을 관리하고 미화하는, ‘플로어 보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있다.

보통 한국에서 생각하는 사무실 미화 업무에 추가로

사무실 직원들이 사용한 텀블러나 그릇을 설거지하고,

카페에서 커피를 사 오거나 마트에서 물건을 사 오는 심부름까지 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는 가장 일찍 출근해서 가장 늦게 퇴근하는 편인데,

7시가 넘어 직원들이 어느 정도 퇴근한 순간

플로어 보이들이 각 자리에 있는 컵과 그릇들을 일괄로 수거해서 한 번에 설거지를 한다.

그리고 팬트리에 가져다 두면 다음날 직원들이 자기 물건을 찾아가서 다시 사용하는 것이다.

별도로 직위가 높은 사람들의 그릇이나 컵은 자리로 다시 배달까지 해준다.


이 밖에도 업무시간에 커피 심부름, 마트 심부름을 수행하고,

택배가 오면 자리에 택배도 가져다 주고, 사무실 미화와는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일을 다 해준다.


더욱 놀랐던 건 이 일을 시키는 직원들도, 그 심부름을 하는 플로어 보이들도

당연하다는 듯 시키고 당연하다는 듯 수행하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그들의 업무에 이러한 고객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너무 아랫사람처럼 부리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가끔 들었다.


한번은 내 옆자리에 있는 그룹장에게 “이거 이렇게 시켜도 되냐”고 물었더니,

뭔 이상한 걸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그럼 플로어 보이 말고 누굴 시키냐”고 되물었다.

그리고 나보고는 “너는 왜 네가 쓴 텀블러를 네가 직접 씻냐”며,

앞으로 플로어 보이에게 맡기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이게 그들의 문화인 걸 알지만,

여전히 나에겐 적응이 어렵고, 인도네시아 생활 내내 적응이 안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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