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주재원 일기 21

생존, 그리고 물

by 만두

자카르타로 발령이 나고 생존을 위한 정보를 알아보고 있을 때, 가장 많이 걱정했던 건 물이었다.


일단 대장균과 같은 세균 문제도 있고, 생활 폐수의 무분별한 방출로 인한 상수도 오염도 심각하다.

여기에 관리 부족과 노후된 배관 같은 인프라적인 이슈까지 더해져,

복합적인 이유로 자카르타의 상수도 시스템은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시는 물은 물론이고 양치처럼 입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은 무조건 사먹어야 한다.


회사에 정수기가 있긴 하지만, 한국처럼 정수기에서 물을 정수하는 게 아니다.

옛날처럼 큰 생수통을 넣고 단순히 가열과 냉각만 해주는 디스펜서 방식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다수의 한국인들은 회사 정수기 물조차 먹지 않는다.

그럼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어떻게 할까? 이 경우엔 뾰족한 수가 없다.

그저 믿음으로 정수된 물이라고 믿는 수밖에.

특히 얼음이 위험한데, 어떤 기계로 만들었는지,

어떤 물로 만들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얼음을 아예 먹지 않는 사람도 흔하다.

나 역시 가능하면 "no ice"를 외치는 편이다.


기분 탓이겠지만,

가끔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며 정신없이 양치 후 수돗물로 헹구고 나면 항상 며칠 뒤엔 배가 아팠다.

이제는 아무리 바빠도, 아무리 피곤해도 양치 후엔 반드시 생수로 입을 헹군다.

예민하다고 할 수 있지만 이리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신경써야 하는게 자카르타에서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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