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은 왜 심할까?
교통체증으로 인해 차에 있는 시간이 많이 길어졌고, 이로 인해 잡생각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어김없이 출근길, 움직이지 않는 차 안에서 멍때리고 있는데,
문득 '왜 여기는 교통체증이 이렇게 심할까?'라는 생각이 들어 아래와 같이 내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1. 엉망인 도로 인프라
보행자와 자전거가 전혀 고려되지 않은 차량 위주의 도로 설계에, 도로 품질마저 형편없다.
곳곳에 뚫린 포트홀, 우천 시 물이 차는 구간들로 인해 도로가 말 그대로 개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들은 어쩔 수 없이 가다 서다를 반복할 수밖에 없고,
이것이 교통체증을 더욱 심화시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더 큰 문제는 도로 설계 자체가 현재의 교통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점이다.
급격한 도시화와 인구 증가에 비해 도로 확장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2. 탁상행정의 대표작, 홀짝제
교통체증을 해결하겠다며 자카르타 시내 주요 도로에 홀짝 2부제가 도입되어 있다.
물론 의도는 좋았겠지만, 이로 인한 사이드 임팩트가 더 크다는 게 내 생각이다.
우선 부자들은 차량을 2대씩 구입한다. 2부제에 맞춰서 말이다.
아니면 어디선가 번호판을 하나 구해와서 아침마다 번호판을 갈아 끼운다.
그러다 보니 도로 용량 대비 차량 수가 급증하고, 이것이 교통체증에 상당 부분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홀짝제를 피하기 위해 소방도로나 골목길로 다니는 차량이 늘어나면서,
대체 운행 길 역시 차로 꽉 차게 되고 교통체증은 더욱 심해지는 것 같다.
결국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다른 곳으로 전가시킨 꼴이다.
3. 무질서한 도로 질서와 교통규제 미흡
다들 신호위반은 기본에, 횡단보도에 빨간불이 들어와도 그냥 지나가는 운전 무법자들의 도시다.
양보는 나름 잘 해주는 편이긴 하나, 그래서인지 더욱 꼬리물기, 끼어들기가 심하다.
어떤 느낌이냐면, 빈자리가 생기면 일단 차 앞대가리를 들이밀고 본다는 식이다.
'나만 가면 된다, 배려는 개나 줘버려'라는 운전문화로 인해 차선을 아예 지키지 않는다.
뒤에서 설명하겠지만,
좌회전(한국에서는 우회전)을 위해 1차선에서 끝차선까지 대각선으로 이동하는 것은 일상이다.
이런 나라에 신호등도 없이 수디르만 대로처럼 큰 도로에 라운드어바웃을 설치했으니, 지옥이 따로 없다.
4. 개미떼 같은 오토바이
오토바이가 넘쳐나다 보니 위 1, 2, 3번 문제로 인해 그나마 생기는 빈자리를 오토바이가 가득 채운다.
오토바이 역시 무질서와 무법이 디폴트다 보니 차 사이로 지나가고,
빈자리가 생기면 달려들고, 인도에도 거리낌없이 올라간다. 보행자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다.
특히 신호대기 중일 때 오토바이들이 차량 사이사이를 파고들어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면,
신호가 바뀌었을 때 차량들이 출발하는 속도가 현저히 느려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5. 만연한 불법 주차
이 모든 와중에도 도로변에는 주차된 차량이 넘쳐난다.
큰 메인도로의 경우 경찰이 단속을 하지만,
일반 도로는 경찰이 전혀 단속하지 않아 불법 주차된 차량들이 인도를 점령하고 있다.
그리고 그 차량이 주차하러 들어갈 때, 다시 나올 때마다
발렛 운전자들이 도로를 통제하다 보니 교통체증은 사그라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한 대의 차량이 주차하기 위해 수십 대의 차량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
실제 사례들
아래는 내가 직접 경험한 두 가지 대표적인 예시다.
첫 번째는 라운드어바웃 근처의 신호 체계 문제다.
상식적으로 왼쪽 라운드어바웃 쪽에 신호등이 있어서 우회전하는 차들의 흐름을 보장해야 할 것 같지만,
교통체증의 나라 인도네시아답게 그런 건 전혀 없다.
덕분에 직진 차량과 우회전 차량이 모두 엉켜서 난리가 난다.
다른 하나는 라운드어바웃 자체의 문제다.
구글 지도로 봐도 꽤 규모가 있는 도로의 라운드어바웃인데,
여기서 인도네시아인 특유의 '나만 가면 되고 교통 예절은 밥말아 먹으라'는 마인드가 합쳐지면
서로 완전히 엉켜서 아수라장이 된다.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복합적으로 얽혀있어
교통체증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는 이 상황이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는 게 내 솔직한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