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결국은 골프
이삿짐도 보냈고, 캐리어 짐 정리도 끝냈고,
회사 일 인수인계까지 다 끝내다 보니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다.
여유가 생기니 점점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가서 뭐하지?”“주말엔 뭐하지?”
물론 외노자로서 여유시간이 많지 않으리라는 걸 알지만,
그러면서도 희망을 가지는 게 사람 아니던가.
한국에서 하던 여가 생활을 인도네시아에서 계속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 할 만한 게 뭐가 있는지 찾아봤다.
가장 먼저 생각난 건 살사였다.
최근 1년 넘게 열심히 배웠고 출 때마다 즐거웠었기에,
인도네시아에서도 이 취미를 할 수 있을지 알아봤다.
확실히 여긴 이슬람 국가였다.
살사 커뮤니티가 있긴 하지만,
한국이나 다른 나라처럼 크지 않았고 알음알음 추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배운 살사는 on2고, 인도네시아는 on1을 춘다는 것이었다.
on1과 on2는 같은 살사지만 스텝을 밟는 순서가 다르다.
초고수는 on1이든 on2든 뭐든 한다지만, 아직 살사 뉴비인 나는 아니었다.
글로벌 공통 스텝인 바차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게 후회되는 순간이었다.
그럼 한국에서 즐겨 하던 다른 여가 활동을 생각해봤고,
난 그동안 참 재미없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반년간 시간이 나면 평일이든 주말이든 술 마시고 취해 자빠져 자는 게 전부였다.
그전에는 등산, 골프, 테니스, 프리다이빙, 바이크 라이딩, Djing을 했었지만,
바이크 라이딩과 Djing을 제외하곤 찍먹만 하고 그리 길게 하진 못했다.
등산? 무릎이 안 좋아서
테니스? 역시 무릎이 안 좋아서
프리다이빙? 거기에 풀이 있을까?
바이크? 국제면허증이 인정되지 않는데?
Djing? 장비 들고 못가겠는데?
그러고 보니 남는 건 골프밖에 없었다.
대코로나 시절 야심차게 시작했던 골프는
6개월 만에 난 이 운동과 적성이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고,
미련 없이 모든 장비를 처분했었다.
어쩔 수 없이 난 다시 골프클럽, 신발, 그 외 장비들을 다시 사모으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장비를 모으며 또 한번 이삿짐에 대해 후회했다.
미리 준비했으면 이삿짐으로 보낼 수 있었을 텐데,
가뜩이나 많은 핸드캐리에 골프가방이 추가되자 눈앞이 막막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