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시작되면 와이오밍 곳곳에는 도로 공사가 시작된다. 겨우내 얼었다 녹은 도로에 균열이 생기는데 짧은 여름이 가기 전에 보수 공사를 해놔야 하니 소음이 커진다.
클리닉 앞 도로 건너에 캐스퍼마운튼 트레일이 있다. 날이 따뜻해지니 이 트레일의 포장도로에도 금이 가기 시작했다. 얼음이 메우던 자리에 금이 간 경우도 있지만 생명력 넘치는 풀이 아스팔트를 찢어내듯 뚫고 올라오면서 금이 가는 경우도 있다.
이 풀은 굉장히 전투적으로 땅을 찢고 올라왔다. 풀 옆에 튕겨져 나간 돌조각을 보니 용암처럼 터져 나왔을 풀의 힘이 느껴진다.
꽃색이 좀 다르지만 지혈에 사용하는 엉겅퀴인 줄 알고 반가웠는데, 집에 와 본초감별도감을 찾아보니 대계의 위품인 지느러미엉겅퀴인 것 같다. 풀과 꽃에 가득한 가시가 무섭게 생겼는데 살짝 만져보니 바늘처럼 단단하고 뾰족하다. 이웃집 정원에서 꽃을 피운 엉겅퀴를 발견했는데 지느러미엉겅퀴와 그 모양새를 비교해 보니 참 순하게 생겼다.
출퇴근길을 걷다 보면 발 밑으로, 머리 위로, 익숙한 풀들이 눈에 들어온다. 아카시아, 조각자나무, 인동초를 만났고, 명아주와 고들빼기, 질경이, 소리쟁이, 남가새도 만났다.
아직 맛을 보지는 못했지만 이들을 이용한 약을 만들어 볼 기회가 조만간 있지 않을까 싶다.
그저 지금은 먼 타국의 middle of nowhere였던 곳이 middle of knowhere가 되어 가고 있는 느낌만으로도 정다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