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오밍의 온천마을

Thermopolis

by 마루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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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고 서늘하게 춥던 2019년 5월. 사우스다코타에서 옐로우스톤으로 향하던 길에 들러볼 뻔했던 마을이 있다. 온천마을 Thermopolis. 이후 몸이 으슬으슬 추워지면 가보지도 않은 이곳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무척 많이 했었다. 지난 5년간 내 대화와 머릿속에 가장 자주 등장했던 장소가 아닐까 싶다.


와이오밍에는 온천마을이 몇 곳 더 있다. 그중 Thermopolis는 역사가 깊지만 시설은 다른 곳에 비해 낙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클리닉을 찾는 환자 수 명에게 Thermopolis에 가봤는지를 물었다.


인구 6만의 도시 캐스퍼는 와이오밍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이지만 작디작은 소도시이다. 조용한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주말에 뭐 할 거니? 주말에 뭐 했니?를 집요하게 묻는다. 후자의 질문에 대한 대답은 보통 일요일 밤에 작업을 해 둔다. 이번 주말에는 나는 무엇을 했는지 더듬어 보고 재미없던 일도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될 수 있도록 말을 만든다. 전자의 질문은 보통 수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이어지는데 내가 가장 많이 했던 대답 중 하나가 바로 Thermopolis이다. 이곳으로 나들이 계획을 세울 때마다 눈소식과 비소식이 있어서 번번이 계획을 취소하는 바람에 환자들과의 대화에 자주 등장했던 주제였다.


Thermopolis 시는 인구가 2천 명 정도 되는데, 타운 대부분이 온천 주립공원에 포함된다. 온천물이 나오는 호텔이 여럿 있고 온천 물놀이장도 두 곳이 있다. 무료로 온천물에 몸을 담글 수 있는 Bath House도 있는데 20분 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사람들 말로는 원하면 나왔다가 시간을 좀 보낸 후 다시 입장하면 된다고 한다. 한 환자는 이곳 대중 온천탕에 가서 몸을 담그고 있는데 주민이라는 어떤 남자가 하는 말이 일주일에 한 번 이곳에 오는 날이 바로 자신이 물에 몸을 담그는 유일한 날이라고 하는 바람에 속이 불편해 바로 빠져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 수영복을 가져가지 않아 물은 멀리서만 보고 돌아왔지만, 사람들의 평가와 달리 내게는 그다지 낙후해 보이지 않는 귀엽고 단정하고 깨끗한 타운이었다.


이 타운에 가는 길도 매력이 있었다. 북쪽을 제외한 다른 방향에서 Thermopolis에 가려면 Shoshoni라는 곳을 지나야 하는데 이곳에서 Thermopolis까지 이어지는 길에 협곡이 있다. Boysen State Park라고, 강이 흐르는 협곡인데, 내게는 2019년 로드트립을 할 당시 새벽의 푸른빛을 뚫고 장대한 협곡과 천둥 같던 강의 물소리를 들으며 빠져나왔던 로키산맥의 미니어처같이 느껴졌다. 아담하고 친근한 크기의 협곡이 절경이었다. 터널 세 개를 지난 후에 기절하듯 잠이 들어 절경의 끝이 어땠는지는 기억이 없지만, 이번 여름에 그 강물을 만나러 다시 가봐야 할 것 같다. 그런 김에 온천물에 입성도 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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