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번째에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나는 사실 미국한의사 시험(NCCAOM 시험)보다 학교를 벗어나 일을 하게 될 미래가 더 걱정이었다. 이 걱정은 마지막 두 학기를 남겨둔 시점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학교 클리닉에서야 학생신분이니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하면 되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많을 텐데 프로페셔널 클리닉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또 일자리는 어떻게 구하나? 어디로 가야 하나? 그런 두려움들. 지니고 있어 봤자 정신만 갉아먹는 감정들인데 떼놓기도 쉽지가 않았다. 그러다 노트를 펼치고 크게 적었다.
이렇게.
이 단 한 문장으로 신기하게도 그렇게 안 떨어지겠다고 발버둥 치던 감정들이 다스려졌다.
100번 정도 보면 인터뷰 자체도 부담이 되지 않을 경지에 이를 거고, 100번을 인터뷰 보는데 그 과정에서 원하는 일을 찾지 못하겠나 싶었다. 또한 100번의 인터뷰를 채우려면 부지런히 씨를 뿌려야 기회가 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지원서를 넣는 데에도 부담이 줄었다.
2월과 3월은 NCCAOM 보드 시험을 준비하고 시험을 치르며 보냈다. 한국에서처럼 하루에 몰아 모든 시험을 보는 게 아니라 과목별로 원하는 날짜에 시험을 예약할 수 있고 또 원하면 세 번까지 무료로 시험일정을 변경할 수 있다. Foundation을 보고 2주 후에 Acupuncture 시험을 보고 온 날, 다음 시험 날짜를 잡으려는데 자리가 없다. 오스틴 내에 피어슨 센터는 세 군데인데 공인중개사, GMAT 등 여러 시험을 다들 이곳에서 보기 때문에 4월이 되어야 예약을 잡을 수 있다고 뜬다. 실상 매일 시험일정을 취소하거나 예약을 변경하는 사람들이 있어 자리가 들고 나는 걸 나는 몰랐다. 고정된 일정인 줄 알고, 유일하게 예약이 가능했던 날에 Herbology 일정을 잡았다. 딱 7일이란 시간이 남았다. 미친 듯이 리뷰했던 이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공부하다 피곤해서 잠깐 쉬어야지 누웠다가 다시 공부가 하고 싶어 일어나하다, 잠깐 눈을 붙이려면 또 공부가 하고 싶어 일어나 앉곤 했다. 그동안 제일 재미있게 공부해 왔던 부분이라 시험이 기다려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통과하지 못하면 석 달 정도의 시간을 기다려야 재시험을 볼 수 있고, 또 시험비용도 비싸기 때문에 재미로 시험을 볼 수는 없었다. 다행히 Herbology를 통과한 후 2주 후에 Biomedicine으로 모든 시험을 마무리하며 3월을 보냈다.
그 와중에 심심할 틈을 주기 싫어서 학교의 academic advisor 자리에 지원을 했다. 12월 말에 지원을 했는데 인터뷰를 1월에 본 후 2월부터 트레이닝을 받았다. 텍사스주 면허증 서류를 제출하는 동안 클리닉 한 곳과 두 번의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결국 제안받은 자리는 파트타임이라 부르기도 어려웠다. 5월 말에 드디어 면허증을 받고 일을 시작했지만 콜이 있을 때만 가기 때문에 재생산과 관련한 온라인 강의를 듣고 책을 들여다보는 시간에 비해 환자를 보는 시간은 미미했다. 예약이 잡히면 며칠 전부터 생각을 하느라 마음은 졸이는데 정작 하는 일을 하는 시간은 적다 보니 상당히 비효율적인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곳에서 배우는 것도 많고 경험도 없는 한의사를 써 주는 건 고마웠지만 내년 또 내년 중에도 어느 시점이라고 콕 말하기 어려운 미래의 풀타임을 보장받고 일 년 넘게 이렇게 일하는 건 자괴감을 안겨주었기에 채용공고를 보면 지원하고 인터뷰하기를 반복했다.
5월부터 지금까지는 그렇게 텍사스에 있는 주요 지역의 acupuncture clinic들의 오너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화상인터뷰, 때로는 반나절이나 shift 전체 쉐도잉을 하기도 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클리닉 장소로는 아홉 곳, 각기 두세 번의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100번의 목표에 이 할 정도를 채웠을 뿐이지만 사전 질문도 정리를 잘하게 되고, 이미 인터뷰를 하는 데는 불필요한 긴장은 하지 않게 된다.
다음 주에 있을 쉐도잉은 텍사스를 벗어난 곳이다. 새로운 주의 면허증을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자연을 즐기고 긴 겨울과 눈과 (과한) 바람이 있는 곳. 무엇보다 한의사가 적어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곳일 것만 같아 기대가 된다. 지난주에 클리닉을 운영한 지 딱 십 년이 되어 십 주년 기념행사를 했다는 오너 한의사는 처음으로 어쏘시에이트 한의사를 뽑는다고 한다. 대기환자가 많아 이제 확장을 할 시기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오너 한의사는 그 도시에 머물 동안 지낼 숙박비와 쉐도잉 비용을 지원해 주기로 했다. 기업에 비해서는 일자리를 구하는 비용을 지원자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이 많지만 다행히 일자리를 찾는데 소요되는 비용인 숙박비, 이동비 등은 세금공제가 된다고 한다. 영수증은 알뜰살뜰 모았다가 내년 세금신고에 사용하면 되니 그나마 다행이다.
10월이 지나면 나는 어느 땅 위에 서 있게 될까?
그게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