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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맨디 Apr 28. 2023

한국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사람들

K의 와이프를 만났다

뉴질랜드에서 회사 생활을 할 때였다. 난 동료 K의 와이프 생일 파티에 초대 받았다. K가 그 전에도 여러번 집에 초대를 했었는데 그때 번번히 못 간게 미안해 와이프 선물로 모자를 하나 사서 K의 집에 갔다. 도착해서 K의 와이프에게 선물을 전해주고 냉장고에 붙어있는 둘의 사진과 벽에 걸려있는 결혼 사진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아기자기 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친구들이 모여있는 테라스로 나갔을 때 이미 친구들은 좀 취해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다 한 친구가 으레 하는 질문으로 잘 지내고 있냐고 남자친구는 요즘 어떻냐고 물었고, 나는 나도 당시 남자친구도 잘 지내고 있다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내가 그랬다. 요즘 느끼는건데 남자친구가 상대적으로 좀 느긋해서인지 나 스스로, '지금 필요 이상으로 내가 성급한가?' 라고 느낄 때가 있다고. 그랬더니 주위에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들이 자신들도 다들 그렇게 느낀다고 이야기를 했다.


커플 사이에서 생기는 문제에 있어 남자는 좀 느긋한데가 있고 여자는 좀 성급한데가 있는 것 같다고. 우리의 결론은 국적을 불문하고 이건 남녀의 차이인 것 같다고 그렇게 말하다 한 친구가 생일을 맞은 K의 와이프에게 말했다.


“너는 그런 문제로 부딪히는 일은 없겠다.”


그랬더니 그 와이프는


“그런 건 없지만 엄청 예민한 두 사람이 함께 사는 일은 쉽지가 않지. 우린 한번 싸우면 둘 다 도대체 네가 원하는 건 뭐냐고, 다 너를 위해서 이러는 것 아니냐고 그런다고.”


그 말을 들으며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동성 커플은 또 그럴 수 있겠다.’     


사진: Unsplash의Dương Hữu


동료 K는 여자다. 벽에 걸려 있던 결혼 사진 속에서 둘은 모두 드레스를 입고 있었고, 두 사람은 서로를 와이프라고 다른 사람들에게 늘 소개했다. 그리고 선물로 모자를 고르며 난 생각했었다.


‘이 디자인은 둘 다에게 잘 어울리겠다!'     


한국에서 사는 동안 매체를 제외하고는 내 주변에서 게이나 레즈비언을 본 적이 딱 한번밖에 없었다. 친한 동생이 직접 이야기 하더라. ‘요즘 여자를 만난다고.’ 근데 그 동생이 늘 숏컷을 하고다니고, 스포티한 옷을 즐겨입고, 유명 걸그룹 멤버를 좋아하던 어릴적 모습을 내가 알고 있어서 그런지 그게 크게 놀랍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그냥 '아.. 그렇구나!' 그 정도였다.


그 외에는 한국에서 동성애자를 직접 본적이 없다. 근데 뉴질랜드에서는 한국에서보다 훨씬 많이 봤다. 당시 내 남자친구와 가장 친했던 친구가 게이였다. 하루는 남자친구가 물어보더라. '너는 M이 게이인걸 몰랐어? 티가 좀 났을텐데.' 그 말에 나는 답했다. '나는 뉴질랜드 오기 전까지 실제로 게이를 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그 이후로도 같이 일했던 대만 친구가 자신의 동생이 레즈비언이라는 이야기를, 스페인 친구도 자신의 동생이 레즈비언이고 여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같이 캠핑을 갔던 일행 중 한 명도 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한국에서보다 뉴질랜드에서 동성애자를 훨씬 많이 본다는 이야기를 하면 태국에서 살다온 친한 언니는 이 정도는 또 아무것도 아니라고 이야기 한다.

   

그 언니가 하루는 그랬다. 태국의 3대 미스테리 중 하나가 '왜 이 나라는 게이, 레즈비언, 트렌스젠더가 많은 것일까?' 라고. 그리고 그에 대해서는 많은 설이 있다고 했다. 그 중 언니가 가장 설득력 있다고 생각하는 설은, 태국에서 나는 열대 과일에 들어있는 여성호르몬이 그 원인이라는 설이라고 했다. 그 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 Unsplash의Harli  Marten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는 동성애자를 그렇게 찾아보기 힘든걸까? 이 또한 한국 사회라는 토양에서 길러진 열매를 먹고 자란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 싶다. 한국은 비슷한 모습으로 비슷하게 살아가는 걸 지향하는 사회다. 그래서인지 그에 어긋나는 다른 것에 대해서는 편견이나 혐오가 존재하기도 한다. 그리고 심하게는 그런 혐오를 드러내는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 사회에서 그 모든걸 감수하면서 '내가 굳이 동성애자라는 걸 밝힐 필요가 있을까?' 를 생각해보면 커밍아웃이라는 게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건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사회에서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들을 수 있는 이야기, '그냥 그런가보다' 할 수 있는 이야기인데 어떤 사회에서는 그게 아주 큰 용기가 필요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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