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말은 동기부여의 글귀로 많이 쓰인다. 근데 나는 이 말을 들으면 인간관계의 측면에서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나게 하는 사람들은 분명 있던데...' 사람 만나서 조금 지내보면 안다. 대충 말 몇 번 섞어봐도 아는게 있다. '아... 이 사람 좀 멀리 하고 싶다.' 근데 문제는 멀리하기가 힘든 상황에 있을 때다. 같이 일을 한다던지, 같이 산다던지한 공간에서 부딪히는게 참 사람을 힘들게 한다.
내가 만났던 나를 힘들게 했던 사람 중 대충 몇 명만 추려보자면 이런 사람들이 있었다.
1. 최소 2주에 한번은 부하직원들 불러서 말도 안되는 트집 잡으면서 소리지르고 자기 머리 쥐어 뜯던 상사
2. 내 남자친구가 외국인이라는 그 하나의 이유로 당장 헤어지라고 나에게 악담에 악담을 퍼부으면서도 이게 다 가족같아서 하는 말이라던 사람
3. 자기와 사이가 조금 틀어지자 내가 뭘 하던지간에 뒤에서 나 들리게 욕을 하던 사람
사진: Unsplash의Rach Teo
근데 한 명 한 명 만날 때마다 케이스 스터디 하는 기분이다. 이런 사람들 만나면 안 보던 심리학 책 펴보게 된다. '대체 저 인간은 왜 저렇게 되었을까.' 근데 이 덕에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거나 그 이면이 보이기도 한다.내게 소리 지르던 그 상사는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과했던 사람이었고, 내 남자친구 얘기를 하며 내게 악담을 퍼붓던 사람은 자신의 결혼생활의 불행을 절규하듯 몸소 보여줬고, 나와 틀어지자 욕을 내뱉던 그 사람은 그만큼 사람에 대한 욕심이 과한 사람이었다.
이 사람들은 자신의 욕구나 그 욕심이 남에게 해로운 정도로 과했고, 건강하지 못한 사람들이었다고 내딴에는 결론을 내렸다. 근데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까 이 사람들은 그래도 덜 유해한 사람들이더라. 나에게 정말 유해했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어찌되건 상관없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익만을 좇던 사람들이었다.
1.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쓰던 방이 필요해지니까 내가 자신의 물건에 손을 대왔던 것처럼 상황을 몰아갔던 집주인
2. 내 영주권 심사에 최종 빌런으로 등장했던 동료.
그리고 나에게 정말 유해했던 이 사람들의 공통점은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내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그 집주인 하고 1년 넘게 함께 사는 동안 그 사람은 나와 부딪힐 일 없이 나에게는 무해했던 사람이었고, 그 동료 늘 사람 좋은 웃음 지었던 사람이었다. 이 사람들한테는 내가 눈에 불을 켜고 따져보기도 했다. 근데, 그러고 알았다. 답이 없다는 것을. 그들은 그냥 배 째라는 식으로나왔다.
사진: Unsplash의Daniel K Cheung
그 집주인하고 싸울 때의 나는 너무 억울하고 황당해서 펄펄 뛰면서 어떻게 당신 좋자고 사람을 도둑을 만들어서 내쫓냐고. 나도 악에 받쳐서 당신 참 이기적이라고 했더니 '그게 뭐 어쨌다고, 사람이 다 이기적이지.' 이렇게 맞받아 치더라. 그럼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진다.
얼마전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해하다고 방심했던 사람중에 정말 치명적으로 유해한 사람이 튀어 나오는구나.' 이미 내가 좀 싫어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그 사람을 경계하고 싫어서 피하기 때문에 오히려 아주 큰 피해는 없는 것 같다. (물론 스트레스를 받는게 큰 피해가 아니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그러다 보면 '세상에 모든 사람들하고 거리 두기를 하며 지내야 하나? 모두를 경계를 하며 사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인가?' 싶기도 한데 나는 그렇게 살 수 있는 사람은 못 되는 것 같다.
안해본건 아닌데 그게 잘 안 되더라. 그래서 그럴 때마다 인간들 때문에 힘들다고 친한 사람 붙잡고 얘기한다. 인간들 꼴도 보기 싫다고 또 사람을 찾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