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번째 겨울을 맞는 나의 자세

by 맨디

- 취업 준비생으로 산지 2주가 되었다. 우선 처음 3주 동안은 오클랜드에 있는 데이터/비즈니스 분석가 포지션만 지원을 하며 취업 시장의 동태를 살피려했다. 그러다 연락이 없으면 뉴질랜드 전역으로 확장해 취업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런데 나의 이 계획은 2주차 첫째날이 되자마자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자리가 너무 없는데... 뉴질랜드 전역으로 바로 확장해야겠다.'


생존 본능이 발동 되었을 때 튀어나오는 내 모습이 따로 있는 것 같다. '어디든 불러만 주면 간다!'를 외치며 눈에 불을 켜고 구직 사이트를 샅샅이 뒤지는 내 모습에서 느껴지는 기시감. 십여년 전 영주권을 서포트를 해줄 일자리를 찾을 때도 그랬고, 그보다 더 전, 한국에서 구직을 할 때도 그랬던게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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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번째 겨울이 될지도 모르는 이번 취업 준비 기간 앞에서 내가 나에게 주문하고, 때로는 부탁하는 내용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죽기 살기로 매달려 취업이라는 산을 넘자!'가 아니다. 나는 나에게 '괴로워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부탁하고, 간곡히 청한다. 내 인생에서 혹독한 겨울이었다고 칭할만한 시기를 지나고 내가 배운 것 중 하나는 내가 느끼는 괴로움의 정도가 일의 성패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여기서의 괴로움이란, 그 일이 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과 불안으로 시작하여 답답함, 과거에 대한 후회, 지난 선택에 대한 자책, 앞으로 찾아올 또 다른 선택에 대한 자신감 상실, 좌절, 무기력, 우울, 혹시나 하는 희망 고문이 한데 뒤엉켜 내 멘탈을 장악한 상태를 말한다. 이 감정들은 매일 그 얼굴을 달리하며 여러 방면으로 내 멘탈을 흔들었는데 아무리 떨쳐내려 해도 떨쳐지지 않아 고통스러워했다. 내 맘이 내 맘같지 않아 너무 힘들었던 때. 이제와 돌이켜보니, 그런 감정들이 뒤엉켰었구나, 그 나름의 순서가 있었겠구나 싶지만 당시엔 그저 손과 발에 쇠사슬을 한 채 물 속에 수장된 것만 같았다. 그 괴로움 속에서 버티고 버텨 원하던 영주권은 받았지만, 몸이 아프기 시작했고, 일을 하지 않고 집에서 쉬는 회복의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아마 그래서인듯 하다. 제 아무리 중요해 보이는 일이라도, 내가 건강하게 존재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 없다는 걸 이제는 알아서. 단 몇 단계의 부정적인 생각을 거치기만 해도 또 금새 빠져버릴지도 모르는 괴로움의 수렁에 나를 밀어넣지 않고자 나는 나에게 청한다. '너무 괴로워 하지 말자, 어차피 될 일은 될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일 하면 된다. 단, 취업을 준비하는 동안에는 내 자리는 반드시 있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섣부른 실망도, 좌절도 하지 말자.'


- 오늘의 나의 이야기는 또 어떤 이야기의 시작으로 이어질런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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