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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네 Choi Jan 13. 2023

후회하는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후회  이야기(출간)

<최고의 후회를 찾아서> 프로젝트 수업 ep.3

책 출간은 처음이라

프로젝트 수업 결과물로 책을 출간하겠다는 계획서를 제출했고 예산도 받아왔기 때문에, '어떻게든 책은 나오지 않겠어?'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 책을 출간해 본 적 없는 나에게 그 '어떻게든'이 그리 간단한 어떻게든은 아니었다. 프로젝트 수업을 위한 강의와 워크숍, 토론, 발표, 에세이 피드백 등 여러 가지를 챙기다 보니 4주라는 시간은 금세 지나갔다. 실제 학기는 거의 한 달 전에 종료되었지만, 한창 방학을 즐기고 있을 학생들에게 염치 불고하고 지난주까지도 출간과 관련한 작업 공지를 보냈다. 출판사와 내용을 주고받으며 하나씩 다듬어가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했고, 다행히 학생들이 추가 에세이 수정 작업에 기꺼이 응해주어 이 정도면 생애 첫 책 만들기 작업은 나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사실 학생들의 참여 의지를 높이고자 학기 초부터 학생들에게 약을 좀 팔았다. 좋게 말해 이 프로젝트 수업이 학생들에게 얼마나 의미 있는 경험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했다. 역시 보이지 않는 것들을 다루는 심리학 전공생들이라 잘 이해하는 듯했다. 젊은 날의 감성으로 자신의 과거에 대해 솔직하고 진지하게 사람들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굉장한 도전이자 기회임을 강조했다. 물론 스스로에게 하는 다짐의 말이기도 했다.


학생들이 각자 작성한 후회 에세이와 81명의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후회 인터뷰 내용은 상당히 방대했다. 학생들 자신의 후회 이야기까지 합해서 100개 이상의 후회 이야기들이 모였고, 그중 학생들이 각자 가장 공감이 되었던 이야기를 선정해서 에세이로 만드는 작업을 했다. 수업 시작 전 구상했던 대로, 학생 한 명씩 <나의 후회>, <내가 뽑은 최고의 후회>, 그리고 <나의 인용구> 순서로 글을 묶은 뒤에 주제별로 다시 묶었다. 세부 주제들을 어떻게 할까 고민을 많이 해왔던 터라 어느 정도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책으로 엮으려니 수업 시작 전 좀 더 체계적으로 주제를 정해 놓았으면 내용이 더 짜임새 있게 들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비출판도 처음이라

학기 초에 출판사들에 연락했지만 원고가 있어야 자세한 출판 상담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아, 학기 말인 작년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원고 초안을 마련해 출판사에 다시 연락했다. 그간 읽어온 몇 권의 책쓰기 책에서 출간계획서를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기에, 혹시나 출판사에서 이 책의 가치를 알아봐 주어 반기획출판 또는 기획출판의 기회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일단 출간계획서를 정성 들여 작성해 출판사에 보냈다. 그러나 이미 자비출판으로 대강의 견적을 낸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에 예정대로 자비출판으로 진행했다. 몇 군데 출판 문의를 했을 때 가장 친절하게 안내해 주고 신뢰감을 준 바른북스 출판사와 계약했다. 자비출판은 계약 이후 책이 인쇄되어 유통되기까지의 시간이 짧다고 한다. 다만 연말 연초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시기라 평소보다 조금 더 길어진다는 설명도 들었다.


학기 시작 전부터 괜찮다 싶은 책 제목이 생각나면 여기저기 메모를 해두곤 했는데 돌고 돌아 학생들이 보내준 제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후회하는 당신에게 들려주고픈 후회 이야기>로 제목을 정했다. 책쓰기 책에서 얘기하기를, 책 제목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기획출판의 경우 나중에 출판사에서 더 상품성 있는 제목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책 제목에 너무 목숨 걸 필요는 없다고 한다. 이번에는 자비출판이기 때문에 제안한 제목 그대로 나오게 된다. 몇 달을 고민해 오던 제목이 정해지니 속히 후련하다. 처음 표지와 본문 디자인 시안을 받았을 때는 뭔가 조금 따뜻한 색상으로 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따뜻한 느낌의 색상을 넣으니 가독성도 떨어지고 전체 조화가 깨져서 오히려 원래 시안이 더 좋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결국 전문 디자이너가 보내준 첫 번째 시안으로 결정했다. 책 만들기를 해보니 책 본문 내용은 말할 것도 없고, 라면 받침으로 딱 좋을 크기의 작은 책표지에 참 많은 정보들이 깨알 같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앞표지, 뒤표지, 앞날개, 뒷날개 구석구석 채워야 할 공간들이 꽤 많았다. 책을 만드는 저자와 출판사 입장에서는 서점에서 사람들이 책을 집어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단 몇 초, 책 구매 여부가 결정되는 그 짧은 순간을 위해 많은 정성을 들인다.


책쓰기 책에서는 출간 직후가 마케팅의 골든 타임이라고 말한다. 자비출판의 경우 출판사에서 홍보를 책임져주지 않으므로 더더욱 저자들의 적극적 마케팅이 필요하다. 기왕 책을 서점에 유통하기로 했으니 저자들인 학생들을 통해 지인의 지인에게까지 홍보를 해야겠다. 지은이가 27명이나 있으니 그중에 관심 있는 몇 명이라도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서준다면 고마울 따름이다.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아주 좋은 홍보 수단도 생각해 보았다. 행동은 생각에 생명을 불어넣는 숭고한 작업이라는 신념 하에 일단 저지르고 보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부지런한 성격이 아님에도 항상 바쁜 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행스럽게도 크라우드 펀딩까지는 가지 않도록 생각의 브레이크를 살짝 밟아주었다. 정말 다행이다.


학생들에게는 이야기를 꼭 들려주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면서 에세이를 쓰도록 안내했었는데, 다들 누구를 떠올리면서 썼을까 궁금해진다. 마지막으로 책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면서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고 20대의 젊은이들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이 책의 독자층이 다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생들의 과거 경험이라고 하면 주로 중고등학교 학창 시절이다. 따라서 이 책은 2030 청년들 뿐 아니라 고등학생들이 읽어도 좋을 것 같고, MZ세대를 알고 싶어 하는 중장년 세대들에게 <90년대생이 온다>가 인기였듯이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나 2020년대에 대학생으로 살아가고 있는 Z세대의 감성과 세계관을 들여다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앞표지에 '대학생들이 만든 이 시대의 후회 교과서'라는 문구를 넣었다. 굳이 교과서라는 표현을 한 것은, 학생들의 이야기를 통해 후회를 대하는 자세를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머리로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 다른 이의 삶의 이야기를 통해 들어보기를 바랐다. 학기 초 후회에 대한 강의를 통해서 그간 사회심리학을 중심으로 연구된 후회의 가치와 기능들에 대해 학생들에게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학생들이 후회의 긍정적 측면들을 에세이에 잘 녹여준 것 같아 고맙고 만족스럽다.



책쓰기 책들 중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들

여러 책들을 참고했는데 그중 송숙희의 <당신의 책을 가져라>와 양원근의 <책쓰기가 이렇게 쉬울 줄이야>, 그리고 장치혁의 <팔리는 책쓰기 망하는 책쓰기>가 현실적인 조언들이 담겨 있어 도움이 많이 되었다. 사실 워낙 책쓰기 책들이 많이 나와 있어 내용은 비슷한 것 같지만 굳이 추천을 하자면 출판사에서 편집자 경험이 있는 저자들의 책을 선택하기를 추천한다. 이런 류의 책을 읽고 나면 책을 금방이라도 써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에필로그

책 출간 작업이 이제 거의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곧 인쇄에 들어가면 2월 중에는 책이 나온다. 이곳 브런치에 프로젝트 수업 내용과 책 출간 과정을 그때그때 기록하면 여러모로 좋겠다는 생각으로 짧게 남겨보았는데, 막상 연재 형식으로 올리면서 생각까지 넣자니 제때 글 쓰기가 부담되어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결론적으로 메마른 보고서가 된 느낌이지만 어쨌든 기록이라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으니 그것으로 됐다. 브런치 매거진 제목을 <후회 이야기>로 정했으니 못다 한 후회 이야기들은 시간을 갖고 하나씩 풀어가고 싶다. 후회를 연구하고 있지만 후회라 쓰고 항상 기회라 읽는다. 내일을 꿈꾸는 이들과 설레는 매일을 이야기하는 사람이니까. 그래서 제목은 <후회 이야기>이지만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가 더 많게 될지도 모르겠다.



***2023. 2. 17. Upd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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