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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생 Jun 21. 2024

000 학부모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학부모 상담 후 깨달은 성차별 사회

나는 초등학교 3학년 담임교사다.


저학년 담임의 특성상 학부모에게 크고 작은 일로 연락을 많이 받는다. 

주된 연락의 내용은 아이에 대한 걱정, 학교 시스템의 불편함, 출석여부와 관련된 내용들이다.


오늘도 내 핸드폰에는 학부모의 학생 상담과 관련된 2건의 메시지가 아침부터 울리고 있었다.

방과 후 두 명의 학부모와 상담을 마친 후, 퇴근까지 자투리 시간이 남아 독서를 하던 중,

문득 한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왜 항상 학교에 연락하는 사람은 엄마지?'


아마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내가 앞에서 말한 학부모 연락과 관련된 내용에서 

학부모는 당연히 '엄마'를 떠올렸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맞벌이 가정 비율이 외벌이 가정보다 앞지른 시대에, 

엄마들도 이 시간이면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있을 텐데 자녀의 학교생활에 관한 상담은 무조건 엄마의 몫이다.


심지어 우리 학교 자체 안내 문자시스템에는 학생들의 엄마 휴대폰 번호만 저장되어 있다. 

모든 메시지는 엄마한테 간다는 소리다. (한부모 가정이나 특수한 환경으로 인해 다른 가족구성원이 저장되어 있는 경우도 물론 있다.)


아빠는 평소 자녀의 학교생활에는 크게 무관심하다가 주로 문제가 터졌을 때만 성을 낸다.

요즘은 가정에서 자녀 양육을 할 때 아빠는 교사에게 화를 내는 역할'만' 맡았나 보다.


오늘 상담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아직까지도 한국은 가부장제 사회라는 옷을 벗지 못했으며

모름지기 '엄마'라는 사람은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고 학교에 연락을 해야 하는 역할을 부여받는다.

엄마가 사회에서 어떤 위치에 있고 어떤 직장을 다니건 모두 한국 사회에서는 '엄마'다.


이 생각들을 혼자만 고민하기보다 공유하고 싶어서 교사 커뮤니티에 올렸더니 대부분의 선생님께서는 공감을 해주었다.

다만, 아직까지 몇몇 선생님들은 내 글이 불편하다 하고 남성혐오를 하지 마란다...  


오늘도 나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학생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보여줘야 하고 가르쳐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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