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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선생 Jul 14. 2024

'여교사'가 하면 안되는 것들

초등학생보다 통제 받는 선생님

학교에서는 하면 안 되는 것들이 많다.


보통 복도에서 뛰기, 수업시간에 떠들기, 지각하기, 선생님께 반항하기 등

학생들이 하면 안 되는 것들을 떠올릴 수 있다.


그런데 학교에는 '여자'선생님이 하면 안 되는 것들도 있다.

아동학대하기? 복무 안 지키기?

이런 당연한 것들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니다.


과연 여자선생님이 하면 안 되는 것이 무엇일까?

내가 교직생활을 하며 대학동기, 동료 교사들을

보며 느낀 것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먼저 <흡연>이다.

교내 흡연은 당연히 금지이기 때문에

학교 밖에서의 흡연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은 사람들의 인식이 많이 달라져서

여성이 흡연을 하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여자선생님이 흡연을 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선생님 맞아?'

'선생님이 담배 펴도 돼?'

'저 선생님 담배 피운대'


이런 이야기가 꼭 들려온다.

남자 선생님이 흡연하는 것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가

여자 선생님이 흡연하는 모습을 보면

꼭 한 마디씩 튀어나온다.


운이 나쁘면 학부모 귀에도 들어가고

심각한 진상 학부모를 만날 경우 이 이유를 가지고

민원을 넣는다. 기가 찬다 정말.



두 번째는 <군대 이야기>다.

군대이야기는 남자가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아니다.

감히 군대도 다녀오지 않은 여자가

군대에 대해 왈가왈부한다?

특히 예비군 가는 남자 선생님에 대해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는

교사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오고

온갖 욕을 다 먹는다.


군대를 다녀오지 않았으니 모르는 게 당연한 건데

모른다고 욕먹고

함부로 말한다고 욕먹고

여자 선생님은 매번 자기 말에 검열을 해야 한다.



세 번째는 <복장>이다.

아무리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공무원 사회라고 해도

여자 선생님에게 복장의 잣대는 더욱 엄격하다.


남교사한테는 복장에 대해 말 한마디 없지만

여교사한테는 때때로 이런 말을 하는 경우가 있다.


'고학년 맡았으니 복장에 신경을 써라'

'학생들이 어떻게 볼까 걱정이다'

'남학생의 상상을 자극하는 옷차림 아니냐'

.

.

더 쓰고 싶지만 생략하겠다.

이쯤 되면 여교사는 대한민국 국민이 맞나 싶다.



네 번째는 <손모양>이다.

수업에서건 회의에서건

'집게손가락'모양을 쓰면 남혐으로 찍힌다.


서울 대낮에 등산로에서 여교사가 피습당해

살해당한 뉴스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밖에 하루가 멀다 하고 성범죄, 교제폭력, 교제살인 등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가 하루 평균 86건이 일어나는 나라에서 고작 손가락 모양에 위협을 느끼는 수준은 학교에서도 예외는 아닌가 보다.


다섯 번째는 <학부모 상담>이다.

정확히는 학부모의 심기를 건드리면 안 되는 일이다.


아이의 잘못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학부모가 듣기에 기분이 상할만한 '사실'을

전하면 꼭 나오는 말이 있다.


'우리 애아빠가 지금 화가 많이 났어요'

'애아빠가 학교 찾아가려던 거 겨우 말렸어요'


무슨 저의로 말하는지 모르겠다.

너는 여자고 우리 남편은 남자니까

물리력으로 제압하겠다는 뜻인가?

아니면

남자인 사람이 화가 났으니 사과하라는 뜻인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 문장이다.


그 밖에 다양한 주제로 여자 선생님이 하면 안 되는 것들이

많지만 여기서 글을 줄이려 한다.

나중에 2탄을 써봐야겠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한국 사회에서 남자교사로서

옆에 있는 동료보다 할 수 있는 게 참 많다.


가끔씩 내 이야기가 소위 말하는

'맨스플레인'이 되지 않을까 검열을 한다.

특히 깨어있는 남성이라는 프레임에

스스로 씌지 않을까도 걱정한다.


가장 좋은 것은 여자 선생님이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겠지만

워낙의 여성혐오가 가득한 시대에서

쉬운 일은 아닐 거라 생각이 든다.


예전에 비해 교직생활이 많이 어려워졌다

이야기가 많지만

여자 선생님은 예전도 지금도 어려울 것 같다.


안 그래도 힘든 교직생활

성별과 관련해서만큼은 고충이 없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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