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싯적에 2.
당진상고와, 당진 중학교로부터 불과 약 30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방석집 촌은 낮에는
어른들 대신 골목골목에서 어린이들의
딱찌 치기와 술래잡기, 고물줄놀이에
맞춰 부르는 동요가 구비구비 흘렀다.
밤이 되면 젓가락 소리에 맞춰 애절한
이모들의 목소리가 가득 찼고, 시커먼 군인들과
막일하는 인부 아저씨들의 떼창 소리가
여기저기서 고름 터지듯 쏟아지곤 했다.
동네가 동네다 보니 술꾼들의 거친 몸싸움
소동과 술값에 불만을 품은 손님들의 행패,
불량배들의 멱살잡이 풍경은 흔했다.
동네 꼬마 녀석들도 만만치 않았다.
하루는 옆집 한약방 집의 둘째 녀석이
동생, 경호의 멱살을 잡아 넘어트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야 인마! 내 동생 건드리지 말어!”
고사리 같은 내 주먹이 한약방 아들의
왼쪽 볼을 강타했다.
맞은 아이는 너무 정신이 없었는지
주먹을 쥐고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서 서
주위를 둘러봤다.
뒤에 자기 형이 쳐다보고 있어서였을까
염소 울음 같은 소리를 내며 달려들었다.
"아니 이거 놓고 하라고! "
자꾸 나를 껴안고 뒤로 넘기려 했는지
허리를 부여잡고 매달리는 통통에
밀어내려다 바지가 내려갔다.
"아 뭐여~ 바지까지 벗기고 난리여~"
다시 나의 왼 주먹이 옆집 아이의
옆구리에 꽂혔다.
"아악!"
외마디와 함께 동생 경호를 올라탄 옆집
아이가 뒤로 나자빠지자 보고만 있던
덩치 큰 형이 끼어들었다.
" 뭐여~ 내가 핫바지로 보여?"
큰 덩치가 끼어들자 판세가 바뀌었다.
작은 몸체의 나는 역시나 쥐어 터졌다.
아이들 싸움은 한 방이면 끝나는 법.
옆집 큰 형의 콧등에 내 주먹이 우연히
꽂히면서 대망의 클라이맥스를 알렸다.
"어허~ 뭐여 이거 피 아녀!"
" 어.. 엉아 코에 피난다!"
코피가 뚝뚝 떨어지자 그 친구는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고, 작신 맞고도
상대의 코피를 터트린 나는 돌연
챔피언(?)이 되었다.
집에서 어른들까지 뛰쳐나왔지만
한 방을 먹인 나는 의기양양해서
동생 앞에서 거들먹거렸는데
경호의 한마디에 빵 터졌다.
“형 오른쪽 눈이 안 보여....
벌에 쐬였써?”
“.....”
#사진출처_당진시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