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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망디 Jan 10. 2023

지금 이 순간, 행복할 것

파랑새는 언제나 내 옆에 있다

지난여름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이후 나는 좀처럼 우울함을 벗어내지 못했다. 우울은 내 오랜 벗처럼 숨 쉬는 모든 순간에 찾아와 인사를 건냈고 나는 언제나 그 인사를 지나치지 못했다.


"안녕? 나 또 왔어. 지금 이 순간 네 기분을 망치고 싶었거든!"


나의 오랜 친구가 장난스럽게 건 인사는 모든 순간 내게 유효한 영향을 주었다. 기분이 좋았다가도 금세 불안해지기도 하고, 행복함에 몸서리치다가도 내쉬는 숨에 우울해지기 일 수였다. 아. 나는 왜 이렇게 작은 생각에 쉽게 휘둘리는 걸까. 파랑새가 일으키는 작은 날갯짓에 날리는 낡은 낙엽처럼 나의 감정은 아주 쉽게 요동을 쳤다.


매년 새해마다 어쩌면 간절하게 바라왔던 다짐들을 오늘 또 적어 내려 본다.




어느 날 엄마가 나를 회사에 데려다준 적이 있었다. 그날은 야간 출근이었는데 늦은 오후 노을이 지는 밤이었다. 엄마는 조용히 차를 몰고 있었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집에서 내려온 커피를 한 잔 마시고 있었다. 그 고요하고 조용한 공간을 가르고 엄마가 말을 했다.


"민지야. 요즘 엄마는 하나도 행복하지 않아. 이렇게 평생 돈만 벌다가 죽을 것 같아서 숨이 막혀. 어제도 오늘도 엄마는 아침에 눈을 떠 출근을 했고, 퇴근을 하고 잠을 자겠지. 그렇게 눈을 뜨면 또 출근을 해야 해. 언제까지 이 삶을 반복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행복한지 알 수 없어. 요즘 정말 삶이 행복하지 않아."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 권태를 느끼는 삶. 그건 현대인이라면 모두 다 가지고 있는 질병이 엄마에게 찾아온 것이었다.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견뎌내 온 엄마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싶기도 했다. 다행히 엄마와 똑같은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으로써, 치열하게 우울과 싸워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 21세기의 동료로서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에게 몇 가지 조언을 해 줄 수 있었다.


"엄마. 행복해지는데도 노력이 필요해. 행복은 그냥 찾아오지 않아."


맞다. 행복은 절대 그냥 찾아오지 않는다. 친구를 사귀고 싶지만 집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존재하기만 한다면 그 가만히 있는 모든 시간이 혼자 인 것처럼 절대 행복을 찾기 위해 떠나지 않으면 내게 행복은 내 손에 잡히질 않는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행복은 언제나 집 앞에서 서성이고 있었다. 하지만 문 앞에 누가 찾아온 지도 모르고 문도, 창문도 열지 않고 있는 순간에는 행복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처럼. 그저 바라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잡을 수가 없다.


지금 행복하고 싶다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할 것.

매 순간 우울이 나를 잠식하지 않도록 노력할 것.

2023년은 마음이 더 단단해져 지금처럼 쉽게 요동치지 않기를.


2023년이 시작하고도 한 참이 지난 지금 이 순간 결심을 적어 내려 본다.

2024년에도 여전히 나는 내 행복의 기쁨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하고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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