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중독자 비움중독자 되다

물건이 제일 가치 있을 때는 물건이 쓰이고 있을 때가 아닐까?

by 방망디

최근 나의 미션은 바로 매일 하나씩 정리하기이다. 나를 포함하여 우리 가족이 쓰는 물건 중에 더 이상 집에서 효용이 없거나, 거의 다 사용했거나, 다 썼는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들을 찾아서 하루에 한 개 이상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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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는 방법은 다양한데, 가장 단순한 방법이자 첫 번째 방법은 다 소비할 때까지 사용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몇 개 안 남은 인센스가 있다면 그 인센스를 다 사용한 뒤에 새로운 인센스를 뜯는다. 인센스 외에 식료품에도 사용할 수 있다. 집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재료들이 있다면 그 재료들을 먼저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앞으로 한동안 주식은 '면'이 될 것 같다. 집에 뜯어 놓고 한 줌만 먹은 파스타 봉지가 4 봉지에, 소면이 널려있다. 새롭게 나의 무자비한 소비습관을 점검하게 되었다.


두 번째 방법은 이제는 유효하지 않는 물건들을 버리는 것이다. 나의 낡은 옷들이 그렇다. 나는 옷에 대해서 딱히 별 생각이 없어서 편한 옷을 즐기는데, 이 편안함이 때론 초라하게 만들 때도 있다. 그 초라함의 이유를 나는 낡고 보풀이 일고 오염된 옷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편안해도 잘 관리되어 깨끗한 옷과 진짜 집에서 아무렇게나 막 입는 편안한 옷이 다르듯 말이다. 보풀이 올라오고, 옷 군데군데에 지워지지 오염이 있지만 편하다는 이유로 버리지 못하고 있던 옷들을 발견하면 하나하나 정리하고 있다. 아직 정리하지 못한 옷들이 태반인데 옷장에 공간이 많이 생겼고, 옷을 버리는 것과 상관없이 나는 여전히 옷을 잘 입고 돌아다니고 있다.


세 번째 방법은 다 쓴 물건들을 버리는 것이다. 말하기도 창피하지만 나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다 쓴 물건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있던 자리에 보관하는 습관이 있다. 특히 이것은 분리수거가 어려운 욕실용품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난다. 치약을 다 쓰면 새로운 치약을 뜯고 다 쓴 치약은 욕실선반에 보관해 둔다. 그리고 다 쓴 치약은 누군가 발견해서 버릴 때까지 계속해서 그 자리에 머문다. 치약만 그런 것이 아니라 플라스틱통은 그렇게 보관된다. 욕실에서 잠자고 있던 다 쓴 공병들을 찾아내어 버리고, 주방이나 거실 등 공용공간에 '누군가는 버리겠지'라고 생각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것들을 발견하면 바로바로 분리수거를 해주고 있다. 몇 개월 동안 방치된 물건을 정리하고 난 뒤에 생긴 공간여유가 만족스럽다. 뭐랄까, 공간과 나만의 작은 비밀이 생긴 것 같다고나 할까.


마지막 방법은 방치된 물건들에 새로운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당근을 하거나 나눔을 한다. 버리기 아까워서 가지고 있었지만 손이 안 가는 물건들이 있다. 조금 수고스럽지만 당근이나 중고거래 등을 활용하여 새로운 주인을 찾아준다. 몇 년 전에 좋아하는 브랜드가 빅세일을 한다고 하길래 산 신발이 있다. 이 신발을 살 때 조금 무리했다. 그 신발은 사이즈가 약간 작게 나와 반사이즈 크게 사라는 후기가 있었는데, 내 발 사이즈보다 더 큰 사이즈가 없어서 그냥 정사이즈로 신발을 주문했다. 그런데 당연한 말이지만 그 신발은 나에게 작았다. 어떻게든 늘려서 신어보려고 했으나 어떤 방법을 써도 도저히 발이 편한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래서 신발장에 고이 모셔놨다. 먼 미래의 어느 날 신발을 발에 맞춰 늘여 신겠다는 다짐으로 말이다.


하지만 가지고 있어 봤자 오늘도, 내일도 계속해서 쓰지 않을 것이 뻔해서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당근을 보냈다. 신발장을 열 때마다 마음의 짐이었던 그 신발이 사라지자 그렇게 마음이 시원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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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조금씩 다른 방법으로 물건들을 비워내고 있다. 아직까지는 비우는 것이 즐겁다. 마치 집과 숨바꼭질을 하는 것 같다. 집 안에 꽁꽁 숨겨뒀던 안 쓰는 물건을 찾아내고 그것들을 정리하는 일이 말이다. 아마도 술래는 영원이 나이겠지만 말이다.


날을 잡아 거하게 안 쓰는 물건들을 몽땅 정리하는 것도 좋겠지만 매일매일 소소하게 작은 비움을 실천하는 것도 꽤 즐거운 일이다. 이런 날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날에는 나에게 유의미한 물건들로 공간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