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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근교 만리장성 3대 구간 비교

빠다링, 무톈위, 쓰마타이 비교

by 만꺼

만리장성은 중국을 대표하는 역사 유산이자,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진 건축물 중 하나다. 만리장성을 일컫는 명칭이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인류가 만든 가장 거대한 건축물‘이다. 기원전부터 축성되기 시작해 진나라, 한나라를 거쳐 명나라 시기까지 지어져, 전체 길이는 약 2만 킬로미터에 달한다. 지금 우리가 방문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장성은 명나라 시기(14~17세기)에 축조된 구간으로, 수도 베이징 인근에 복원·정비되어 관광객에게 개방되고 있다.


그런데 만리장성은 단일한 장소가 아니다. 베이징 근교에는 ‘장성’이라는 이름 아래 5개의 구간이 존재한다. 각각의 장성은 전혀 다른 특징을 갖고 있어, 여행자 입장에선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 복원 정도, 지형, 접근성, 혼잡도, 연계 관광지까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여행 목적과 일정에 맞게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에 소개할 장성 세 곳—빠다링(八达岭), 무톈위(慕田峪), 쓰마타이(司马台)—은 베이징에서 대중적으로 알려진 곳들이다. 각각의 구간이 언제 건설되었고,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가지며, 현재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비교하였으며, 교통편, 난이도, 연계 관광지 등 여행자 관점에서 실질적인 판단 기준이 되는 정보들을 함께 정리했다.



빠다링 장성: 가장 대표적인 장성

빠다링(八达岭)은 중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가장 먼저 공개한 만리장성 구간이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방문된 장성이다. 1957년 복원 및 개방 이후, 현재까지도 중국 내외 단체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는 장소로 유지되고 있다. 한국인을 포함한 대부분의 첫 방문자는 이곳을 통해 ‘만리장성’이라는 이름을 처음 접하게 된다.


역사적으로 빠다링 장성은 명나라 가정제 시기인 1505년경에 건설되었으며, 수도 베이징을 북서쪽에서 방어하는 핵심 요충지였다. 군사적으로 중요한 구간이었기 때문에 규모가 크고 성벽도 비교적 견고하게 축조되었으며, 이로 인해 복원 이후에도 안정적인 탐방 환경을 제공할 수 있었다. 실제로 빠다링은 1950~60년대 중국의 대표적인 관광지 개발 1호로 선정되어, 다른 장성보다 먼저 보수되고 대중에 공개되었다는 상징성이 있다.


구간 자체는 약 12km로 구성되어 있지만, 일반 여행자에게 개방된 범위는 약 3.7km이다. 이 구간은 북측과 남측으로 나뉘며, 대부분의 여행자는 케이블카나 모노레일을 이용해 중간 지점에서 성루 위로 진입한 후, 북측 혹은 남측을 선택하여 걷는다. 북측은 경사가 가파르지만 장성의 전체 윤곽을 조망할 수 있는 뷰포인트가 많고, 남측은 비교적 평탄하여 짧은 시간에 왕복하기 좋다.


우수한 접근성은 빠다링이 가진 큰 장점 중 하나다. 빠다링까지 가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먼저 베이징 시내에서 877번 혹은 919번 버스를 타면, 교통 상황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겠지만 약 90분 안팎이면 도착할 수 있다.


한편, 2020년에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대비하여 고속열차(京张고속철도)가 개통되어 접근성이 더욱 향상되었다. 베이징 북역(北京北站) 또는 칭허역(清河站)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이용하면 30분 만에 입구에 도착할 수 있다. 정시에 운행되고 승차 환경이 쾌적해 최근 가장 선호되는 방법이나, 그만큼 티켓 예약 경쟁이 치열하기도 하다.


장성 입구에는 모노레일, 케이블카, 셔틀버스가 잘 정비되어 있어, 고령자나 어린이를 동반한 여행자도 탐방하는데 큰 부담이 없다. 이러한 편의성 덕분에 빠다링은 시니어 여행자나 단체 관광객에게 특히 사랑받는다.


다만 빠다링은 ‘언제나’ 혼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주말 및 공휴일에는 중국 내 단체 관광객이 집중되는데, 어쩔 때는 성루 위를 걷기도 전에 사람 사이를 통과하다 진이 빠져버릴 경우도 많다. 게다가 빠다링은 가장 복원이 잘된 구간이다 보니 실제 유적지가 아니라 테마파크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빠다링은 인근 관광지와의 연계성도 뛰어난데, 보통 빠다링과 함께 가는 여행지로는 명 13 릉(明十三陵)과 용경협(龙庆峡)이 있다. 명 13 릉은 명나라 황제 13인의 능이 조성된 대규모 무덤군으로, 이 또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역사적으로 깊이가 있는 장소다. 용경협은 여름엔 유람선, 겨울엔 빙등축제로 유명한 자연 관광지로, 빠다링과 묶어서 당일치기 일정을 구성하기 좋다.


무톈위 장성: 한적한 분위기와 고즈넉한 풍경

무톈위(慕田峪) 장성은 빠다링과 함께 베이징 근교에서 가장 많이 찾는 만리장성 구간 중 하나지만, 성격은 상당히 다르다. 빠다링이 대표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내세운다면, 무톈위는 상대적으로 한적한 분위기와 고즈넉한 풍경이 특징인 구간이다.


무톈위 장성은 1404년경, 명나라 영락제 시기에 기존 장성의 터를 활용하여 재건된 구간이다. 장성이 위치한 곳이 방어를 위한 전략적 요충지였던 탓에 전체적으로 성루가 촘촘하게 배치되어 있다. 1986년부터 관광객을 위한 복원 작업이 본격화되었고, 현재는 빠다링 다음으로 복원이 잘 이루어진 장성으로 자리 잡았다.


전체 길이는 약 5.4km, 이 중 일반적으로 개방된 구간은 1번 성루에서 20번 성루까지 약 4km다. 케이블카, 리프트, 슬라이드 등의 수단을 이용해 성루에 올라가 도보 탐방을 시작할 수 있으며, 체력에 따라 다양한 루트를 설정할 수 있다. 특히 무톈위는 리프트를 타고 올라간 뒤에 봅슬레이 같은 슬라이드 카를 타고 내려올 수가 있어 액티비티를 좋아하는 서양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유독 인기다.


무톈위의 가장 큰 장점은 쾌적한 방문 환경이다. 빠다링에 비해 관광객 수가 적고, 대부분 자유여행객이나 개별 단위 방문객이 많아 북적거리지 않는다. 이번에 방문했을 때도 한국인 여행객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었다. 혼잡도를 피하고 싶은 여행자, 사진 촬영을 중요하게 여기는 마니아에게 적합하다. 특히 평일 오전이나 비수기에는 성루 위를 한산하게 걸을 수 있다.


성루에서 바라보는 경관 역시 뛰어나다. 장성이 숲과 산에 둘러싸여 있어, 사계절마다 풍경이 다르게 형성된다. 봄철의 신록,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은 각각 다른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그중에서도 가을의 단풍이 유명하여 단풍 철에는 예외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리기도 한다. 장성 역시 복원 방식이 과하게 현대적이지 않고, 명나라 시대의 양식을 살려 보존되어 주변 경관과 조화롭다.


다만 대중교통으로 접근하기엔 번거롭다는 단점이 있다. 빠다링 장성과는 다르게 기차를 타고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가장 널리 알려진 방법은 동즈먼(东直门) 인근에서 출발하는 전용 셔틀버스, 혹은 택시나 차량 대절을 통한 이동이다. (867번 버스를 타고 인근까지 가서 택시를 타는 방법도 가능하긴 하다) 차량 기준 소요 시간은 약 1시간 반 정도로 빠다링과 비슷하다.


무톈위 장성과 연계 가능한 대표 코스는 홍류계곡(红螺溪谷)이다. 차량으로 약 30분 거리이며, 특히 가을철에는 단풍 명소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여행사에서는 하루 일정으로 장성 + 자연 산책을 결합한 상품을 운영하기도 한다.


쓰마타이 장성: 야간 개방이 특징인 고난도 탐방 구간

쓰마타이(司马台) 장성은 만리장성 중에서도 가장 원형에 가까운 상태로 보존되어 있는 구간으로 평가받는다. 베이징 시내에서 북동쪽으로 약 120km 떨어진 위치에 있으며, 차량 기준 약 2.5~3시간 소요된다. 교통이 가장 불편한 편에 속하지만, 그만큼 상업적 개입이 적고, 유적 본래의 구조와 분위기가 온전히 남아 있는 것이 특징이다. (물론 최근에는 어느 곳보다 빠르게 상업화되고 있긴 하다)


쓰마타이는 명나라 홍무제 시기(1370년대) 착공되어, 가정제 시기(16세기)까지 확장된 구간으로, 험준한 산악지형을 따라 축성되었다. 계곡과 절벽을 따라 이어지는 성벽은 방어 목적으로 설계된 전형적인 고지대 장성의 구조를 잘 보여주며, 관광지화된 장성보다 군사유적에 가까운 면모를 유지하고 있다.


전체 길이는 약 5.7km이지만, 현재는 1번부터 10번 성루까지만 개방되어 있으며, 나머지 서쪽 구간은 안전상의 이유로 출입이 제한된다. 개방 구간만 기준으로도 약 1.5km에 이르며, 경사와 계단, 비포장 길이 많아 도보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계단의 균형이 불규칙하고 난간이 없는 구간도 존재해, 등산에 준하는 체력과 주의가 요구된다.


쓰마타이의 가장 큰 차별점은 야간 개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는 만리장성 전체에서 유일하다. 케이블카를 이용해 야경 감상 지점까지 올라갈 수 있으며, 성루와 성벽에 은은한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고북수진 마을과 산맥을 배경으로 한 장성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야간에는 도보 탐방이 제한되며, 주로 전망형 감상에 집중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구간의 출입은 고북수진(古北水镇)이라는 관광 마을을 통해 이루어진다. 고북수진은 전통 수향 마을을 테마로 한 복합 관광지로, 쓰마타이 장성과 직접 연결되어 있다. 숙박, 온천, 야경 감상 등의 기능이 잘 갖춰져 있어, 1박 2일 일정으로 구성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당일치기로도 가능하나, 접근성이 좋지 못하다 보니 동선 상 추천되지는 않는다.


쓰마타이 장성은 ‘사람의 손길이 덜한 유적을 보고 싶다’, ‘사람이 적은 장성을 걷고 싶다’, ‘야경과 함께 장성을 즐기고 싶다’는 여행자에게 적합하다. 반대로 체력 소모가 많고 교통이 불편하며, 동선이 제한적인 단점도 명확하다. 일반적인 당일치기 여행이나 가족 단위 방문에는 적합하지 않으며, 장성 그 자체에 목적을 두는 여행자에게 적합한 장소다.



필자는 빠다링과 무톈위를 방문한 경험이 있는데, 아무래도 사람이 적다는 측면에서 무톈위를 훨씬 추천한다. 빠다링보다 난이도는 있지만 어차피 인파에 치이다 보면 힘든 건 똑같기 때문에 만족도라도 높은 무톈위가 훨씬 인상이 깊었다.


뿐만 아니라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쓰마타이 역시 1박 2일로 방문해보고 싶다. 사실 쓰마타이 장성은 베이징과 열하일기의 무대인 청더라는 도시의 중간 지점에 있기 때문에, 베이징으로 다시 돌아오지 않고 동북 지역으로 여행을 전개해 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매력적이다.


> 내 멋대로 작성하는 베이징 여행 (노션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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