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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3대 상점가 비교하기

왕푸징, 싼리툰, 치엔먼 비교

by 만꺼

베이징은 ‘중국의 수도’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상점가도 여럿 존재한다. 자금성, 천단, 이화원 같은 유적지만큼이나, 거리마다 다른 분위기를 지닌 상점가들을 둘러보는 재미도 베이징 여행의 묘미이다.


이번 글에서는 베이징을 대표하는 거리 세 곳, 왕푸징, 싼리툰, 치엔먼을 소개한다. 이 세 곳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아니지만, 베이징을 방문한다면 한 번쯤은 들르게 되는 공간들이다. (서울로 치면 명동, 강남과 같은 위치) 각 거리의 성격과 분위기, 특징을 비교하고, 직접 경험해 볼 만한 활동들도 함께 정리했다.



왕푸징 - 베이징의 메인 스트리트

왕푸징(王府井)은 베이징을 대표하는 중심 상업지구이자 전통적인 번화가다. 명나라 시절부터 황족의 거주지와 관청이 집중된 지역이었으며, 이후 청나라를 거쳐 20세기 초에는 외국 상점과 서양식 백화점이 들어서며 일찍부터 도시 상업화가 시작되었다. 현재는 현대적인 백화점과 글로벌 브랜드가 더해지면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발전했다.


약 1.6km에 이르는 보행자 전용 거리에는 Beijing APM, 오리엔탈 플라자, 동안시장 등 대형 쇼핑몰이 밀집해 있다. 특히 건물이 앞, 뒤, 위로 큼직한 정육면체 모양을 하고 있어, 한국의 빌딩과는 생김새가 사뭇 다르다. 쇼핑몰에는 명품 브랜드부터 중국 로컬 브랜드, 기념품 숍까지 다양한 소비층을 아우르는 매장들이 입점해 있어, 관광객뿐 아니라 현지인들도 자주 찾는다.


쇼핑 외에도 왕푸징 천주교당은 이 거리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 1905년에 재건된 고딕 양식의 교회는 해가 진 뒤 조명이 켜지면서, 고풍스럽고 이국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교회 앞 광장은 약속 장소로 자주 이용되며, 웨딩 촬영지로도 인기가 높다.


한편, 예전에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특히 인기가 많았던 왕푸징 스낵 거리(王府井小吃街)가 존재했으나, 2019년 도시 미관 정비와 위생 문제로 인해 철거되었고 현재까지 복구되지 않았다. 스낵 거리는 중국 각지의 먹거리를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는 공간으로 전갈, 번데기, 지네 등 이색적인 벌레튀김을 판매하여 여행자들의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던 왕푸징의 상징과도 같은 거리였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왕푸징의 영향력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도 있다. 싼리툰이나 궈마오 같은 신흥 상권이 부상하면서 젊은 층의 발길이 줄었고, 거리 전체가 관광객 중심으로 지나치게 상업화되었다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성·천안문 광장과 가까운 위치(차로 15분 이내), 풍부한 여행 인프라, 역사적 상징성 덕분에 여전히 ‘한 번쯤은 꼭 들러야 할 거리’로 꼽히는 장소다.


싼리툰 – 베이징에서 가장 트렌디한 거리

싼리툰(三里屯)은 베이징의 새로운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거리다. 차오양구 대사관 밀집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원래는 외국인 거주자들을 위한 술집 거리로 형성되었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복합 쇼핑 공간과 예술 공간이 들어서며 도시 트렌드를 선도하는 상권으로 자리 잡았다.


이 거리의 중심은 단연 타이구리(太古里, Taikoo Li)다. 남구와 북구로 나뉜 이 오픈형 쇼핑몰은 한 건물에 여러 브랜드가 밀집된 기존 백화점 구조와 달리, 개별 건물들이 광장 형태로 펼쳐져 있다. 각 건물은 유리와 콘크리트를 주요 소재로 한 박스형 저층 건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적으로 북유럽풍 혹은 미니멀리즘 스타일의 외관을 갖는다. 그러다 보니 거리 전체가 하나의 아트워크처럼 보이는데 이 공간미가 싼리툰의 상징이기도 하다.


상점 구성도 왕푸징과는 다르다. 명품 브랜드부터 감각적인 스트리트 패션, 중국 디자이너 브랜드까지 젊은 소비층을 겨냥한 매장이 다수 입점해 있다. 유니클로, 아디다스 같은 글로벌 브랜드도 플래그십 스토어 형태로 운영되어, 일반 매장보다 넓고 독특한 구성을 갖추고 있다. 계절마다 바뀌는 아트 설치물과 조형물도 포토 스팟으로 인기가 높다.


먹거리 또한 싼리툰의 중요한 매력 요소다. The Taco Bar, SLOWBOAT 같은 글로벌 퓨전 레스토랑부터, OASIS酒吧 같은 분위기 좋은 바(Bar)까지, 다양한 국가의 음식을 세련된 분위기에서 즐길 수 있다. 특히 싼리툰은 해가 진 뒤에 더욱 활기를 띠며, 본격적으로 그 진면목을 드러낸다. 외국인과 현지 젊은이들이 뒤섞여 밤늦도록 술과 대화를 즐기는 이곳은, 베이징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공간이다.


물론 최근에는 빠른 상권 확장으로 인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었고, 일부 브랜드 퇴출과 공실 증가로 인해 예전의 활기를 다소 잃은 모습도 보인다. 그러나 여전히 싼리툰은 베이징에서 가장 국제적인 거리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


치엔먼 – 전통이 살아있는 베이징의 얼굴

치엔먼(前门大街)은 자금성의 정문인 톈안먼(天安门) 남쪽에 자리한 거리로, 문자 그대로 ‘문 앞 거리’를 뜻한다. 과거에는 수도 외부로 나가는 주요 출입구이자 교통과 상업의 중심축 역할을 하던 거리로, 오랜 시간 베이징의 대표 상업지로 기능해 왔다.


지금의 치엔먼은 청나라 시기 상업 거리의 외형을 복원한 공간으로 재정비되었다. 왕푸징이 전통과 현대 건축물들이 혼재된 거리라면, 치엔먼은 거리 전체가 전통 양식으로 통일되어 있다는 점이 다르다. 검은 기와, 회색 벽면, 나무 기둥으로 구성된 2층 건물들이 도열해 있고, 간판도 모두 전통 서체를 사용한 모습으로 통일되어 있어 고전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거리 중간마다 설치된 아치문(牌楼)과 거대한 정양문(正阳门) 성루는 이곳이 과거 도시의 관문이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편 이 거리의 가장 큰 특징은 많은 노포(老字号)가 밀집되어 있다는 점이다. 1864년에 개업한 전취덕(全聚德)은 베이징 오리구이의 상징과 같은 곳이며, 편의방(便宜坊)이나 17세기부터 운영된 전통 약방 동인당(同仁堂) 등도 이 거리에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한 오래된 가게를 넘어, 베이징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브랜드로 남아 있다.


개인적으론 치엔먼이 앞의 두 거리보단 볼 거리가 많다고 생각한다. 거리 중앙을 지나는 관광용 빈티지 트램은 많은 여행객들에게 인기이고, 치엔먼과 이어져 일상적인 생활 풍경이 남아 있는 따자란(大栅栏) 후통도 함께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노사차관(老舍茶馆) 등 전통 찻집에서는 전통 차를 마시며 경극, 만담, 곡예 등을 함께 즐길 수 있어, 단순한 거리 구경을 넘어 보다 입체적인 체험이 가능하다.



> 내 멋대로 작성하는 베이징 여행 가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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