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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Dec 09. 2023

서울 사는 직장인이 오사카를 고생스럽게 가는 방법

[여행 아이디어] 저렴하면서도 알차게 여행하기



부산에서 배를 타고 오사카를 가는 방법이 있다. 팬스타 크루즈 페리라고 부산에서 오후 3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오전 10시에 도착하는 크루즈선을 이용하면 된다. 비행기보다 비용이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어 고등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갈 때 많이 활용되기도 한다. 필자 역시 고등학생 때 팬스타 페리를 타고 갔던 오사카가 첫 해외여행이었다.


하지만 팬스타 페리는 직장인들에겐 감히 엄두가 나지 않는 수단이기도 하다. 돈보다 시간이 금인 직장인에게 19시간이라는 이동시간은 너무나도 아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시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행기와 비용 차이가 얼마 나지 않는 경우도 종종 있다. (비행기 삯이 워낙 변동이 커서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런 단점이 많은 여행수단이지만 가성비를 중시하는 여행자에게 팬스타 페리는 한 번쯤 요리(?)해보고 싶은 재료이기도 하다. 팬스타 페리는 차치하더라도 오사카 일대(간사이)만큼 한국에서 가기 좋은 해외여행지도 드물기 때문이다.


그래서 팬스타 페리를 활용할 방법을 궁리하다 보니 '서울-부산 야간버스와 연계'하면 꽤나 근사한 여행 계획을 짤 수 있었다. 전날에 서울에서 부산까지 야간 고속버스를 타고 이동하여, 반나절 동안 부산을 여행하다가 크루즈에 탑승하는 것이다. 예상 일정을 짜보자면 다음과 같다.


예상일정


[1일 차]

서울-부산 야간 고속버스 (01:00-05:00)

부산고속터미널에서 시내로 이동 (05:00-06:00)

부산 여행_아침, 점심식사 포함 (06:00-13:00)

크루즈 탑승수속 (13:00~15:00)

부산 출발 (15:00)


[2일 차]

오사카 도착 (10:00)


1일 차부터 아침 비행기를 타고 오사카로 떠나는 일정과 비교하자면 거의 24시간 정도 일본에 있는 시간이 줄어들기는 한다. 그 대신 야간버스가 새벽 5시에 도착하기 때문에 부산에서 반나절 정도의 여행을 즐길 수가 있다. 게다가 서울에서도 새벽 1시까지 시간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퇴근 후에 도깨비 여행으로 일정을 짜면 굉장히 알찬 여행을 할 수 있다. (참고로 국토가 크지 않은 한국에선 야간버스를 운영하는 지역이 거의 없다)


이 계획은 체력적 안배 측면에서도 괜찮다. 야간 버스는 잘 수 있는 시간이 4시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피곤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후 3시부터는 크루즈에서 잘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기 때문에 부족했던 수면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일정의 장점은 '배를 타고 해외를 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배 여행은 비행기 여행과는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똑같은 장거리 여행이더라도 비행기보단 배 여행이 훨씬 편하고 즐길거리가 많다는 장점이 있다 (그건 너가 이코노미만 타서...)


크루즈 여행은 식당, 카페, 노래방, 사우나 등 부대시설을 이용하는 재미도 있고, 시간에 맞춰 바다에서의 풍경을 즐길 수도 있다. 일몰과 일출은 물론이고, 일본의 주요 다리들과 야경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혹자는 크루즈 여행이 너무 지겹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로드트립의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여행의 형태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비용에 대한 부분도 빼놓을 수 없다. 대략적으로 계산하였을 때 비행기보다 싼 가격과 숙박비를 하루 세이브할 수 있는 비용까지 고려하면 편도 기준으로 대략 10~12만 원 정도 비용을 아낄 수 있다. 얼마 되지 않아 보이지만 그래도 적은 돈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사실 크루즈 여행은 계획을 촘촘히 세울수록 더욱 다채로워진다. 부산에서도 오전 반나절만 있기 때문에 여행거리의 제약이 있을 수 있고, 책 한 권 챙겨가지 않는다면 자칫 크루즈가 심심한 감옥이 될 수 있다. 대신에 크루즈는 비행기에 비해 기내 반입이 자유로운 편이라 준비 여하에 따라 여행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자.


개인적으로 이 여행의 가장 큰 단점은 동행을 구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크루즈의 부대시설을 100% 이용하려면 혼자보단 동행과 함께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장거리 이동은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패턴의 여행은 아닌 듯하다. 게다가 배가 매일 출항하는 것이 아니라서 평일에 2일을 쉬어야만 한다는 점도 동행을 구하기 어렵게 만든다. 적어도 오사카에 한 번은 가봤던 사람을 포섭해야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필자 역시 아직 동행을 구하지 못하고 있어서 계획을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나중에 가게 된다면 실제 후기를 별도로 포스팅으로 남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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