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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Dec 15. 2023

한국의 재래시장을 여행하는 법

재래시장은 거대한 선술집과도 같다



양양 여행을 갔다가 우연히 5일장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재래시장은 필자에게 꽤나 낯선 공간이다. 어렸을 때야 다니던 학교 앞에도 5일장이 있어서 시장이 열리면 가끔 군것질거리를 하기도 했지만, 상경하면서 마트 생활권에 편입된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재래시장을 가도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도시에서 오래 생활한 사람들 중에는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양양시장을 구경하면서 재래시장에서 여행자가 무얼 하면 좋을지 고민을 해보았다.


우선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던 건, 돼지 껍데기였다. 종종 마포갈매기 같은 돼지부속 집에 가면 마지막에 돼지 껍데기를 주문하고는 하는데, 여기서 파는 건 대부분 구워 먹는 경우이다. 하지만 재래시장에서는 삶거나 양념을 한 돼지껍데기를 팔고 있었다. 이런 스타일은 재래시장이 아니고선 찾아보기 힘든 음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재래시장에서는 유독 육류의 비주류 부위를 파는 경우가 많다. 돼지껍데기는 물론이고, 닭발, 수구레를 파는 식당이 많고, 닭내장탕을 파는 가게들도 대부분 재래시장에 있다. 아무래도 재래시장에서는 도매업자를 직접 접촉하여 특수 부위들을 떼오기 쉬운 환경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마트에서는 구하기도 힘든 재료들을 갖고 요리까지 해준다는 게 재래시장만의 특별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 번째는 분식이다. 그런데 단순한 분식이 아니라 '술을 파는 분식집'이 많다. 요즘에는 주류를 판매하는 분식집이 더러 눈에 띄긴 하지만, 밥집의 이미지가 강하다 보니 분식집에서 술을 마시는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다. 그러다 보니 분식이 최고의 소주 안주임에도 불구하고 술을 파는 분식집을 찾기는 은근히 어렵다. 


하지만 시장통의 분식집은 다르다. 어느 식당을 가든 소주를 주문하는 게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분식집은 분식 메뉴만 파는 게 아니다. 시장의 단골 메뉴인 전이나 순대국까지 함께 파는 경우도 있다. 일종의 안주 백화점인 셈이다. '닭발 + 김밥'처럼 시장 밖에서는 매칭할 수 없는 조합들을 즐기는 것은 재래시장만의 매력이다. 


결국은 '낮술 한 번 해볼까'하는 마음가짐으로 재래시장을 둘러보면 구경하는 게 더욱 재밌어진다. 찾다 보면 앞서 언급한 것들 보다도 매력 있는 술안주들이 있을 것이다. 여행자에게 재래시장이란 낮술에 최적화된 선술집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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