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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Dec 27. 2023

겨울의 뉴욕과 영화 <인사이드 르윈 (2013)>

영화 인사이드 르윈이 보여주는 뉴욕스러움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넘쳐난다. 그중 어느 영화를 좋아하는지에 따라 성격테스트도 가능할 정도이다. 만약 필자에게 가장 뉴욕 스러운 영화를 하나 고르라고 한다면 2013년에 개봉한 코엔 형제의 <인사이드 르윈 (Inside Llewny Davis)>을 선택할 것이다. 설령 ‘이 사람 너무 우울한 거 아니야?’라는 오해를 받더라도 이 영화를 고르는 데 주저함이 없다. 그만큼 애정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인사이드 르윈


 <인사이드 르윈>은 1960년대 겨울 뉴욕을 배경으로 무일푼의 포크송 가수 르윈 데이비스의 우여곡절을 잔잔하게 따라가는 영화이다. 특히 이 영화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들이 부르는 포크송이 굉장히 매력적인 음악영화이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 음악영화하면  <라라랜드>도 떠오를 수 있다. 하지만 <라라랜드>가 서부의 로스앤젤레스를 배경으로 뮤지컬을 연상케 하는 화려한 분위기가 있는 반면, <인사이드르윈>은 미국 동부의 차분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깔려있다.


평론에는 자신이 없으니 영화의 완성도에 대해서는 차치하고, 겨울 뉴욕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왜 <인사이드 르윈>을 추천하는 지를 포스팅 해보려고 한다. 영화의 뉴욕 스러운 모습들을 소개하며 말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사이드 르윈>의 뉴욕은 바로 추운 날씨이다. 주인공 르윈은 가난하다. 한겨울에도 두꺼운 외투를 사입을 돈이 없어 얇은 코트를 걸치고 다니는데, 이 때문에 영화에서 보이는 뉴욕의 거리는 유독 추워 보인다.


서울과 뉴욕의 날씨 비교


실제로 뉴욕의 겨울은 생각보다 춥다. 누군가 필자에게 뉴욕의 날씨를 물어보면 이렇게 답한다. 서울이 더우면 뉴욕도 덥고, 서울이 추우면 뉴욕도 춥다. 하지만 덥든 춥든 간에 서울보단 낫다고. 위의 웨더 스파크라는 홈페이지에서 비교한 서울과 뉴욕의 날씨 그래프만 봐도 두 도시가 상당히 비슷한 날씨 패턴을 갖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습도 등의 차이로 체감적으론 더 격차가 느껴지지만)


그래서 겨울 뉴욕을 여행할 때는 적당히 껴입지 않으면 낭만이 얼어 죽는 경험을 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지만 찬바람이 불 때면 <인사이드 르윈>의 세트장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더군다나 영화 속 OST들은 겨울에 발매된 포크송만 수록한 건지 특유의 쓸쓸한 정서를 자극한다.


영화의 두 번째 뉴욕 스러움은 바로 지하철이다. 뉴욕의 지하철은 역사가 깊다. 역사가 깊은 만큼 오래되었다. 그리고 오래된 만큼 더러움으로도 악명이 높다. 오죽하면 뉴욕을 여행 다녀온 사람들의 대표적인 후일담이 지하철에서 쥐를 봤다는 얘기일까. 그 누구에게도 뉴욕 지하철에 대한 칭찬은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럼에도 <인사이드 르윈>을 보고 나면 한 번쯤 뉴욕 지하철을 타보고 싶어 진다. 영화 속 지하철은 전혀 아름답지 않다. 넘치는 이방인들로 인해 언제나 붐비고, 낡은 전철이 오가는 쇳소리에 시끄러운 공간으로 묘사된다. 미화가 없어서 그런지 오히려 그 낡음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 진다. 어차피 다른 교통수단이 너무 비싸 온종일 지하철만 탈 수밖에 없는 게 여행자의 현실이지만 말이다.


마지막으로 영화에 등장하는 여행지로는 ‘워싱턴 스퀘어 파크’가 있다. 워싱턴 스퀘어는 맨해튼 남부의 그리니치 빌리지에 위치한 공원이다.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개선문처럼 생긴 워싱턴 아치가 있다. 예부터 그리니치 빌리지는 예술가가 많이 살던 동네였다. 그래서 이 부근에는 유독 라이브 공연장이 많다. 사실 <인사이드 르윈>은 그리니치 빌리지를 무대로 한다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에서는 여기서 르윈이 다른 캐릭터와 말싸움을 벌인다. 그만큼 굉장히 현실적인 공간으로 묘사되지만, 사실 워싱턴 스퀘어는 항상 여행객으로 붐비는 것으로 유명하다. 만들어진지 100년이 넘는 역사 깊은 공원이라 여행책자에서도 빠지지 않고 소개된다. 규모도 상당하여 그리니치 빌리지를 여행할 때 어떻게든 지나칠 수밖에 없는데, <인사이드 르윈>를 보고 나면 이 공원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질 것이다.





뉴욕을 나타내는 별명 중에는 ‘콘크리트 정글‘를 빼놓을 수가 없다. 높이 솟은 마천루들이 정글처럼 빽빽하게 얽혀 있어서 붙여진 별명인데, JAY-Z의 노래 Empire State of Mind에서 따왔다. 하지만 노래만큼이나 ‘콘크리트 정글’을 잘 표현한 게 <인사이드 르윈>이다. 콘크리트 정글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준다. 뉴욕이라는 차가운 도시 속에서 이 영화를 본다면 왠지 모르게 위로받는 느낌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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