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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꺼 Dec 28. 2023

신도시로 에스프레소 바를 찾아가는 여행

짧은 리뷰_에스프레소 바

경의중앙선의 운정역은 신도시의 이름을 가진 역명이지만 사용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역사가 도시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얼마나 외지냐면 역에서부터 가장 가까운 상가를 가려고 해도 고가도로를 족히 10분은 걸어야 한다. 심지어 상가도 주변 아파트 단지를 대상으로 하는 작은 규모라서 웬만해선 외지인이 방문할 일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 괜찮은 카페가 하나 있다고 하여 몇 년 만에 운정역을 찾았다.


가게의 이름은 ‘에스프레소 그 자체_플로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에스프레소를 전문적으로 하는 바이다. 메뉴판의 최상단에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밀어내고 에스프레소 메뉴가 있는 걸 보니 확실히 에스프레소에 힘을 주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필자는 커피를 각성제의 개념으로 먹는 편이라 에스프레소에 대해선 잘 모른다. 이럴 땐 대충 시그니쳐라고 표시된 메뉴를 시키면 되는 법. 이번에 주문한 시그니처 메뉴는 오네로소(Oneroso, 3,200원)였다. 오네로소는 에스프레소와 크림, 우유가 들어간 커피라고 라는데, 설명을 읽어봐도 잘 모르겠다. 일단 마셔봐야 구분이 될 듯하다.


에스프레소라고는 하지만 3,200원이라는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 최근에 에스프레소 바를 방문했던 게 제주도였는데, 거기선 콘파냐를 4,500원에 마셨었다. 어쩌면 그곳은 Double Shot이 들어갔을 수도 있으니까 비교는 무리겠지만, 나 같은 초보에게는 저렴한 라인업이 있다는 것 자체가 반가울 따름이다.


커피를 기다리며 찾아보니 ‘에스프레소 그 자체’라는 브랜드는 프랜차이즈였다. 지점이 어디 분포되어 있나 보니 서울의 일부 힙한 동네들과 부산, 그리고 수도권의 신도시 일부에 지점을 갖고 있었다. 서울에 살 때는 프랜차이즈라고 하면 괜스레 심술이 나서 잘 안 가게 되었는데, 지방에 살면서부턴 이런 프랜차이즈들이 선진 문물을 전파하는 사절단과도 같다는 생각이 든다.



커피를 마셔보니 왜 오네로소를 시그니처로 내세우는지 이해가 되었다. 원래 쓴 커피를 잘 마시지만 원액인 에스프레소를 즐기기는 부담스러웠는데, 크림과 우유가 단맛을 보완해 주니 밸런스가 잘 맞았다. 아메리카노와는 다른 매력이다.


에스프레소는 원샷을 해야 한다는 얘기가 들은 적이 있어서 쭉 들이키고 나니, 빈 잔을 두고 앉아 있기가 뻘쭘해졌다. 한 잔 더 마실까도 생각했지만, 작업을 해야 할 게 많아서 그냥 카페를 나와 도서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차라리 다음에는 지인과 와서 에스프레소와 함께 담소를 나누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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