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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둑괭이 May 25. 2022

①겨울 제주, 4박5일을 8박9일 처럼

4박 5일

프롤로그


제주도를 싫어하는 사람 있을까요?  항상 가고 싶은 곳입니다. 

일 때문에 간 적도 있고 가족들과 여행을 간 적도 많습니다. 올레길을 걷거나 해수욕을 했고, 낚시를 하기도 했습니다. 가깝게는 작년 직장 동료들과 자전거를 타고 제주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기도 했습니다.


용암이 만들어 낸 검은 바다도 불타오르듯 휘날리는 억새도 쉬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있습니다.


처음 제주도를 간 게 20여년 전이니      


근현대사에 지울 수 없는 아픈 역사 때문에 가슴에 돌덩이 하나 박혀 있지만, 저에게 제주는 힘들다는 투덜거림, 외롭다는 응석을 받아주는 어머니 품 같습니다.  제주는 용암이 만들어낸 검은 바다도 바람에 휘날리며 꿈틀거리는 억새도 쉬이 변하지 않고 그대로 인지라, 어느새 상하고 변해버린 내가 치료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그런 저도 겨울에, 혼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제주를 돌아다닌 적은 없습니다.

성탄절 주간 꽤 긴 휴가를 보낼 여건이 되면서 처음으로 겨울에 혼자 제주를 여행하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서울에서 제주로 12월 20일 금요일 15시 40분 출발해서, 12월 24일 화요일 아침 9시 10분 제주에서 부산으로 가는 일정입니다.

제주에 있는 기간에 삼시 세 끼를 다 찾아서 먹는다면 도착한 날 저녁을 시작으로 떠나는 날  아침 식사까지 모두 열 한 번의 기회가 있는 셈이지요.

4박 5일, 여행지에 머무는 기간은 박(泊)을 기준으로 하는 게 일반적이기는 합니다. 

저는 끼니 수를 기준으로 잡기로 했습니다. 열 한 끼를 먹는 게 일반적이긴 하지만 스물 끼를 먹어보겠다는 목표를 잡아버렸습니다. 


왜 스물 끼로 정한 건 지 지금도 그럴싸한 이유를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냥 스물 끼를 먹으면 8박 9일을 제주에 있는 것과 같다는 생각일 수도 있습니다. 박(泊)의 한계를 끼니 수로 넘어서 제주를 더 찐하게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었을테지요.


이미 정한 목표는 꽤 구체적인 조건을 가지게 됩니다.  

 제주도산(産) 재료로 만든 향토음식, 육지에서 찾기 어려운 메뉴 최우선.  

 현지인에게 추천받은 곳, 제주에 사는 보통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에서 먹기.  

 20끼가 목표이긴 하지만 끼니 수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먹거나 억지로 줄이지 말자.  

 20끼가 넘어도 괜찮음.  

 하루 한 군데 이상은 제주의 자연을 만나자.  

그 외에도 음료나 디저트는 끼니로 생각하지 말자. 시장에서 먹는 음식은 2가지 이상을 먹었을 때 한 끼로 본다 등 자질구레한 세부조항 까지. 그동안 제주에 왔을 때 먹었던 식당은 가능하다면 제외하겠다는 조건도 있었습니다.


저는 전문 블로거가 아닙니다. 개인 블로그가 있지만 마지막 포스팅이 10년이 지났습니다. 저는 유투버도 아닙니다. 페이스북도, 인스타그램, 트위터 계정도 있지만 그리 활동적이지 않습니다. 하는 일에 대한 관심 때문에 계정을 유지하는 수준이고 페친이나 팔로어들의 일상을 가끔 보는 용도가 더 많습니다.

이 번 제주 여행을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건 직장 동료 때문입니다.

가끔 식사도 같이 하고 담배도 같이 피고, 좋은 생각이나 기획이 있으면 의견을 묻기도 하는 직장 동료가 저의 제주 여행 계획을 듣고 반색했습니다.


그는 작년 4월 제주에서 자전거 일주를 함께 했던 동료입니다.

요즘 몸무게가 세 자리 수가 됐다며 침묵의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일까요. 

이 다이어터에게 나의 제주 20끼 기행은 가장 관심 있는 대리만족의 소재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동료의 말 때문에 책을 낼 것 까지는 아니지만 기록을 잘 남겨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공유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제주로 떠나기 전에 날짜별로 어느 지역, 어떤 식당에서 먹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다녀와서는 실제 갔던 곳과 가지 못한 곳을 표시해서 정리했습니다.


이제 20군데 이상의 실제 식당과 음식들이 소개되고 好와 不好에 대한 저의 이야기가 나올 텐데요. 지극히 저 개인의 가치관과 입맛에 따른 주관적인 표현일 뿐 달리 생각하시는 분들이 훠얼씬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설혹 읽으시는 분들의 생각이 다르다면 그냥 입맛이 별나다거나 생각이 삐뚤어져있다고 너그러이 넘어가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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