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복이를 처음 만난 건 보호소에서 새끼들 5-6마리와 큰 아이 하나가 들어있는 케이지에서 였다. 나는 새끼들에게만 주는 부드러운 간식을 먹여주고는 돌아섰었다. 그리고 3-4일후에 방문했을 때 그 케이지는 연복이만 빼고 비워져 있었고 연복이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나를 보며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나는 너무 놀라서 연복이를 안아올렸고 상처를 살펴보았다. 상처는 머리쪽이 심했었다. 두개골 골절도 의심되었다. 빨리 치료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보호소에 얘기를 하고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 케이지에 있던 큰 아이가 갑자기 거기 있던 새끼들을 모두 물어죽였다고 했다. 유일하게 생존한 아이가 연복이였던 것이다. 큰 아이는 안락사를 시켰다고 했다. 너무 슬펐다. 큰 아이와 작은 아이들은 분리해 두었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 슬펐고, 큰 아이가 스트레스에 갑자기 폭군으로 변한 것이 슬펐으며, 세상에 나와 사랑한번 못받고 시들어버린 아이들이 슬펐다.
그 사이에서 홀로 목숨을 부지하고 꿋꿋하게 있어준 연복이가 고마웠다. 그렇게 연복이는 유일한 생존자로 우리집에 입성하게 되었다. 집으로 돌아와 피를 닦아주고 상처를 소독하였다. 병원에 데리고 가서 머리쪽 x-ray도 찍어볼 작정이었는데 피를 닦아내고 본 상처는 그리 깊지 않았다.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며칠 지켜보기로 하였다. 아직 어려서 연두빛 새싹을 닮았다고 ‘연복이’라는 이름을 엄마가 지어 주셨다. 그렇게 연복이는 우리 집에서 막내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였다.
처음 몇 주간은 신입생 보호 기간으로 새로온 아이가 다치지 않도록 밀착 마크를 해주고 있다. 하지만 연복이는 이 기간에 나의 보호에도 불구하고 언니, 오빠들에게 둘러싸여 두둘겨 맞기도 하였다. 이런 일을 당하고 나면 대부분 겁을 먹거나 자신감을 잃어버리기도 하는데 연복이는 그야말로 오뚝이 같았다. 내가 소리지르며 달려가서 구해주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또 언니, 오빠들에게 다가가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닌가. 나는 불안한 마음에 나만 졸졸 쫓아다니기를 원했지만 연복이는 나의 바람은 개나 줘버리라는 듯이 독자적인 노선을 걸었다. 그런 연복이의 행보에 언니, 오빠들은 모두 손발을 들고 이제는 자기가 더 큰소리치며 우리 집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아마도 연복이는 언니, 오빠들이 우글우글한 우리 집에서도 살아나가 보기로 마음먹은 듯 하였다.
연복이가 막내라는 이유로 다복이, 동복이만 출입할 수 있는 엄마방에도 입성하고 갖은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지낸다. 우리 연복이가 처음 올때만 해도 피투성이에 배가 등가죽에 붙어 있었지만 지금은 볼록한 배를 자랑하며 지내고 있다. 아직 먹을 것이 풍족하다는 인식이 부족했을 때에는 그렇게 식탐이 있더니 지금은 제법 기다릴 줄도 알고 싸우지도 않고 밥 잘 먹으면서 생활하고 있다. 먹을 것 앞에서는 언니, 오빠도 없이 성질을 부리고 뺏어먹고 해서 애를 좀 먹였는데 이제는 그런 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게 좋아졌다. 유기견의 경우 식탐을 부리는 애들이 종종 있는데, 항시 사료를 사료통에 준비해주고 아침과 저녁을 꼬박꼬박 충분히 챙겨주면 서서히 좋아지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특식이 나오는 날을 제외하고는(이때는 약한 아이들을 조금 보호해줘야 뺏기지 않고 먹일 수 있다) 애들이 크게 싸우는 것 없이 밥을 잘 먹는다.
연복이는 가장 어리고 가장 작지만 가장 약한 존재는 아니다. 어찌나 강하고 씩씩한지... 이래서 혼자 살아남았나 싶기도 하다. 그런 연복이가 택한 친구는 세상 착한 얼룩이!! 보는 눈은 있어가지고 착한 얼룩이를 친구로 찍고는 얼룩이 옆에서 장난치고 같이 뛰어 논다. 가끔은 얼룩이가 조금 귀찮아 하는 것 같으면 내가 개입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같이 잘 논다. 요즘 해복이가 그 둘 사이에 끼어들기도 하면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연복이가 찾아왔다. 연복이를 이리저리 만져주면서 “지금 니 얘기 쓰고 있는 거야~” 그랬더니 휙 돌아서 자기 방석으로 돌아갔다. 귀여운 녀석이다. 우리 집에서 다복이 버금가게 작은 녀석이 들어왔지만 그 파장은 편백이 급으로 큰 아이이다. 오빠, 언니 밥그릇 훔쳐먹기의 달인이고 간식시간에는 제일 앞에서 아기 새처럼 입을 제일 크게 벌리는 녀석이다. 나는 이 아이에게 금세 마음이 뺏겨버렸고 또 하나의 사랑둥이가 탄생했다. 우리 아이들은 이제 막내의 등장에 익숙해져서 또 평화롭게 지내고 있다.